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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 38

2018. 1. 5. 04:43

*트위터에서 돌아다니던 RT/마음 당 연성하는 거 1번: 특정 감정 묘사하기해봤습니다. 특정감정은 우울/불행이에요. 언젠가는 하편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쓰다보니까 자꾸 이쪽으로 두드러진 것도 있고, 글을 너무 오랜만에 쓰니까 쓰기 쉬운 쪽으로 자꾸 가네요.ㅎ... 마지막 글에서 무려 한 달이 넘었군요! ! ! ! !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을 잘 받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ㅋㅋㅋ

*공백미포함 약 2400자 / 유희왕 GX 요한X쥬다이 커플링이 나옵니다. 

*트리거 주의: 자살/ 우울. 해당 본문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이런 게 2차가 될 수 있나 싶은데... 그래도... 저는... 모르겠네요. >< 쓰는 사람이 재밌고 읽어주는 사람이 재밌으면 됐죠.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제목 너무 고민했는데 뭐... 제목이 뭐가 중요한가요. 레미제라블 다시 보고 싶네요.




유벨과 혼을 나누고 난 뒤에, 쥬다이는 자신의 변화를 느꼈다. 그리고 영생을 확신했다. 영원히 살 수 있어. 달이 차고 기우는 세상에 영원히 남을 수 있어. 한 달만 전이었더라면 그 확신에 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자신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뒤였고, 자신의 삶에 행복이 남아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어째서 살아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은 달이 차고 기우는 세상에 영원히 남겨질 것이다. 행복과 불행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세상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쥬다이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For UN, MISERABLE 01



   돌이킬 수 없는 선은 질문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삶을 사랑하세요. 삶에는 행복이 있으니까요! 당연하듯이 웃으면서 내뱉곤 하는 말에 덧붙이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왜 살아야만 하죠?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행복이 눈앞에 있다고 해도. 행복이 붙잡을 수 있는 형태로 있다고 해도. 설령 지금 당장이 행복하다고 해도. 나는 행복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불행하지 않아서 행복한 거예요.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요. 나는 불행하지 않아서 안도하고 있고 그 안도에 비참해하고 있어요. 나는 그런 줄다리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는 기를 쓰고 행복해지려고 하고 싶지 않아요. 불행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이 더는 벅차요.

  왜냐하면 노력해도 불행할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래서, 행복이 제 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한들, 나는 그걸 기다리고 싶지 않아. 나는 더 이상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아. 그 노력이 힘들고 괴로워. 게다가 그 끝에 어쩌다가 얻은 행복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 맞아. 어쩌면 노력하면, 어쩌면 행복해질지도 몰라. 비참하지 않을지도 몰라. 원래 행복은 비참한 것이 아니잖아. 하지만 그건 내가 노력해서 달성한 행복이고,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불행해질 거야. 그러니 요한, 내가 왜 이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이야? 내가 왜 이 영생을 견뎌야 한단 말이야? 내가 어떻게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단 말이야?

요한, 이런 내가 어떻게 이 삶을 견딜 수 있단 말이야?

“……내가 곁에 있는 게 싫어?”

   “……그 말이 아니야.”

 쥬다이는 고개를 저었다. 긴 이야기 끝에 둘은 마주 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쥬다이는 바닥을 보고 있었고, 그런 쥬다이를 요한이 바라보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은 몇 뭉치로 나뉘어 합쳐져 있었고 머리카락의 끝에서 똑똑 떨어진 머리카락이 나뭇 바닥을 적셨다. 손목에는 몇 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요한은 표정을 찡그리며 쥬다이의 손등을 쓸어내렸다. 요한의 입술이 몇 번 열었다 닫혔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찾지 못하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요한은 쥬다이의 앞에서 몇 번이고 자신이 미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가족을 구해내지 못했을 때도, 자신이 뒤를 맡긴 일의 결말을 알았을 때도.

  “쥬다이, 나는…….”

이번에도 그러했다. 요한 자신은 너무나도 어리고 미숙해서 할 말을 쉬이 찾을 수가 없었다. 거칠하게 피부가 일어난 쥬다이의 손등을 괜히 매만졌다. 조금 있으면 피가 날 것처럼 튼 손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거친 피부 탓에 입술이 조금 아팠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쥬다이는 그 몸짓을 전부 쳐다보고 있었다. 갈색 눈에 물기가 맺혔다. 그는 다른 손으로 눈을 감싸고 중얼거렸다. 미안. 미안해, 요한…….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바닥으로 곧장 떨어져 내릴 정도로 무거웠다. 요한이 직접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쥬다이의 목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는 의미를 찾지 못하겠어. 애당초 의미가 필요한 일이 아닌데, 너와의 사랑도 삶도. 하지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니까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요한은 여전히 쥬다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쥬다이. 나는, 너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어떻게 내가 감히 이해했다고 말하겠어?”

  그제야 쥬다이는 눈을 똑바로 뜨고 요한을 바라봤다. 눈물 탓에 눈가가 번들거렸다. 요한은 빈손으로 쥬다이의 눈가를 닦았다.

쥬다이. 그래서 나도 내가 적절한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러니 만약에 내 말이 짜증나거나 불쾌하다면 말해줘. 그래도 너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이유를 찾고 싶은 거지? 살고 싶지 않은데 살아야 하니까.”

 요한의 표정은 조금 구겨진 종잇장 같았다. 일그러진 표정이었지만 애써 웃으려는 게 눈에 보였다. 쥬다이는 잡히지 않은 왼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요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창에서 들어온 빛이 바닥에 또 다른 창문을 만들어냈다. 갑갑할 정도로 부드러운 색깔의 나뭇 바닥에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진 창문이 생겼다. 쥬다이는 그 온화한 창문을 바라보았다.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따뜻한 색이었다.

 “그러면 쥬다이, 괜찮아. 행복하지 않아도 돼. 이유를 몰라도 괜찮아. 살다 보면 언젠가 행복해질지도 모르잖아.”

 쥬다이는 튀어나가려는 목소리를 겨우 집어넣었다. 말을 끝내고 자신을 끌어안아주는 요한을 마주 끌어안았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 탓에 요한의 어깨가 젖어갔지만, 둘 중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쥬다이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괜찮지 않아. 이 세 마디가 입안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괜찮지 않아. 나는 그렇게 살아갈 수가 없어. 나는 불행에 괴로워하지 않을 수가 없어. 내가 행복이라고 말했던 건 안도야. 네가 생각하는 행복이 아니야. 불행하지 않다는 안도. 불행하지 않음과 행복의 차이를 이제는 알아. 친구들과 웃어도, 너와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도, 우정과 애정을 느껴도 나는 안도할 뿐이야. 네가 나를 생각해주고 걱정해주어서 기뻐. 그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중에 가장 행복에 가까운 느낌일 거야. 그리고 나는 그 기쁨에서조차 내가 불행하지 않음을 안도하고 있어. 나는 불행이 두려워. 한 번 겪어본 그 불행이, 나에게 주어진 긴 삶 동안 다시 나를 찾아올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차라리 그전에 숨을 끝내고 싶어.

  나는 이제 알아. 노력과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불행이 있다는 걸. 운명처럼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할 불행이 있다는 걸. 달에 한 번은 찾아오는 그믐처럼, 숨죽이고 울게 될 불행이 있다는 걸. 나는 이 숨의 끝에 불행이 없기를 빌어. 그래서 지금 죽고 싶은 거야.


  쥬다이는 우는 소리도 내지 않았다. 따뜻한 물이 어깨 부분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지만 요한은 모른 체해주었다. 요한은 다만 쥬다이를 조금 더 꼭 끌어안았다. 쥬다이는 그런 요한이 고마웠다. 그래서 그냥, 그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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