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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 41

2018. 4. 10. 01:09

*유희왕 GX 요한X쥬다이X요한

*사망소재 



  창에서부터 빛이 쏟아졌다. 익숙한 집은 더 이상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요한은 이것이 꿈이라는 걸 알아챘다. 요한은 자신이 서 있는 집을 바라보았다. 아늑한 거실이었다. 창에서부터는 빛이 내리고 있었고, 온기가 몸을 감쌌다. 빛에 요한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반짝거렸다. 붉은 카펫에는 쥬다이가 웃다가 흘린 홍차 자국이 있었다.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요한은 그 종소리를 분명히 기억했다. 요한의 부모님이 선물이라며 준 시계였다. 그의 어린 시절을 통째로 함께했고, 쥬다이와의 시간에도 맑게 울리던 시계였다. 괘종시계 답지 않은 맑은 종소리를 요한도 쥬다이도 좋아했다.  


  요한은 눈을 감고 그 소리를 즐겼다. 햇빛의 따뜻함에 기분이 좋았다. 뎅그랑, 마지막 종소리가 꼬리를 끌며 미끄러졌다. 요한은 지금 이 장소가 꿈이어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따듯하고 보드라운 기분이 간지러웠다. 종소리가 완전히 그치고 나서, 요한은 눈을 천천히 떴다. 가늘게 보이는 거실에서 노란 리트리버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개의 목에는 네오라고 적힌 목걸이가 있었다. 요한은 루비라고 짓고 싶었지만 안 어울린다는 쥬다이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도 못내 아쉬워서 네오를 끌어안고는 루비라고 종종 부르곤 했다. 그러면 쥬다이는 종종 눈을 흘기면서 요한을 바라봤다. 그럴 때마다 요한은 루비는 네오의 두 번째 이름이라고 우겼다. 그러면 쥬다이는 꼭 이렇게 묻곤 했다. 


  강아지한테 두 번째 이름이 어디 있어? 


  웃음소리와 함께 들린 말에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고 여전히 거실은 햇빛으로 가득했다. 요한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갔다. 계단 옆에는 주방이 있었는데, 쥬다이가 오믈렛을 만들고 있었다. 썩 잘 되지는 않는지 하는 모양새가 영 불안했다. 요한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계단까지는 다섯 걸음도 남지 않았다. 쥬다이는 노란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편하고 부드러운 재질의 검은 와이셔츠에 하얀 바지는 퍽 잘 어울렸지만, 노란 병아리가 그려진 앞치마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부엌에는 창도 없는데 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따뜻하지는 않았다. 요한은 거실에서 느꼈던 포근함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요한은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몸은 계속 계단을 향해서 가는데, 요한의 눈은 여전히 쥬다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한은 눈을 깜박였다. 쥬다이는 이제 소시지볶음을 접시에 담고 있었다. 오믈렛은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건 꿈이었다. 요한은 이렇게 아름다운 꿈이 왜 이리 불안한지 알 수 없었다. 쥬다이가 꽤 능숙해진 솜씨로 흘리지 않고 접시에 담아내는 걸 보며 요한은 웃었다. 요한이 다시 걸음을 걷고, 다시 눈을 깜박이자 쥬다이는 이제 검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자신이 선물로 준 것이었다. 노란 앞치마가 불에 그을린 다음날이었다. 어쩌다 태워먹은 거냐고 물어봤더니 쥬다이는 멋쩍은 듯이 웃기만 했었다. 


  다시 한 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스카와 만죠메였다. 그들은 집들이 날 입었던 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요한이 그걸 전부 기억하진 않았으나, 그들이 들고 있는 키친타월과 휴지를 보자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요한은 눈을 깜빡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아스카는 앞으로 잘 지내라며 키친타월과 상품권을 주었다. 요한은 과거에 그랬듯이 손사래를 치며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스카는 요한의 가슴에 봉투를 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즐거웠던 추억인데도. 


  “너한테 주는 게 아니라 쥬다이한테 주는 거야.”  

  요한은 고마웠지만 아스카와 만죠메가 빨리 가주었으면 했다.  

  “만죠메도 보탰어.”  

  요한은 친구들이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지만, 쥬다이를 보고 싶었다. 고개만 돌리면 될 텐데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이건 꿈이라는 사실은 아는데 왜 자신의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요한은 고맙다면서 웃었다. 여전히 그 둘의 뒤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요한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건 기껏해야 꿈이고, 좋은 추억들만 나오고 있는데. 


  “행복하게 지내야 해, 너희 둘.” 

  “고마워, 아스카. 만죠메. 하긴 만죠메 네가 나한테 진 빚이 좀 많았지?” 

  그 말에 만죠메는 버럭 화를 냈었다. 

  "내가 너한테 빚을 지긴 무슨! 아스카가 좋은 뜻으로 그러는 거니까 나도 도운 것뿐이야!" 

  그러자 요한의 옆에서 종소리보다도 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빛이 가득 쏟아지는 것 같았다. 거실도 계단도 아득하게 사라졌다. 어디서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말도 안 되는 이동이었다. 이제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새 눈에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쥬다이가 보였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웃고 있었다. 




  쿵, 그 소리가 자신의 귀에서 들리는 맥박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요한은 꿈에서 깨어났다. 늦은 주말의 오후였지만, 빛이 들지 않는 침실의 공기는 푸르렀다. 요한은 비척비척 일어났다. 한없이 포근한 집은 꿈에서나 가능한 말이었다. 이제 요한은 이사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노란 햇빛이 한없이 쏟아지는 거실은 없었다.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과거의 거실은 없었다. 파란 천장지를 발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파트는 푸르스름했고 조금은 차가웠다. 


  이상하다, 왜 그 꿈이 그렇게 찝찝했지. 요한은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다. 좋은 사람밖에 안 나왔는데. 본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스카랑, 만죠메랑. 그리고 쥬다이가……. 


  화장실 문이 열리자 붉은빛이 쏟아졌다. 저번 주에 모르고 붉은색 전구를 사 온 탓이었다. 4년은 혼자 하는 집관리에 익숙해지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아마 요한이 힘들었던 탓도 있겠지만. 뒤쪽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잠이 깬 요한은 떨리는 손을 바라봤다. 약지에는 반지가 없었다. 화장실 거울에는 벌써 눈물이 고인 푸른 눈이 비쳤다. 어떻게 잊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꿈이라는 건 알았으면서도, 쥬다이가 죽었다는 사실은 기억해내지 못하다니. 꿈에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다 끝났다. 자신이 얼마나 쥬다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걸 그렇게 바라보기만 하다니. 한 마디도 못 섞고. 한 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일어나버리다니. 이제 그렇게 따뜻한 곳으로, 네 곁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텐데.


  4년은 괜찮아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주저앉지 않을 수는 있었다. 세면대를 잡은 손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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