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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 43

2018. 5. 4. 22:26

*유희왕 GX 요쥬요 / 유벨쥬다유벨

*공미포 약 3000자

*장미의 이름

1편 http://wkfqnxkrgo.tistory.com/67

2편 http://wkfqnxkrgo.tistory.com/69




  “쥬다이도 그런 적 있어?” 

  “어떤 적?” 

  쥬다이가 커피를 홀짝이면서 되물었다. 이 저녁에 커피라니, 이따가 잠 못 잔다는 타박은 이미 한 뒤였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다른 걸로 바꿔 마시게 했을 요한이지만. 내일은 주말이니 조금 늦게 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녹차나 주스로 바꿔 마시게 하려고 시도는 했다. 시도는 했는데. 쥬다이가 입술을 조금 삐죽이다가, 요한이 준 붉은 히아신스 꽃잎을 매만지면서 중얼거린 말 때문에 전부 무산되었다. ‘오늘 잘 마음 없는데……’  

  “그냥, 이 순간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겠구나…… 그럴 때.”  

  쥬다이는 다시 커피를 홀짝 마셨다. 요한의 바람대로 우유가 많이 들어간 커피는 커피 맛보다도 우유맛이 더 강했다. 커피 향만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쥬다이는 커피우유에 더 가까운 액체를 마셨다. 

  “없진 않지. 이 질문 언젠가 받았던 것 같은데.” 

  커피에서는 고소한 향이 났다. 우유의 고소한, 요한은 종종 느끼하고 비리다고 표현하는 그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분명 같은 질문을 누군가에게서 받았었는데, 누구였더라?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누구였더라. 붉은 히아신스는 꽃잎이 작았다. 부드럽고 조금만 힘주면 찢어질 것 같은 질감이었다. 유벨이 붉은 꽃을 좋아했었는데. 

  “그래? 어떤 기억이야?” 

  “아. 기억났다. 유벨이 했었어!” 

  “응?” 

  요한의 말은 듣지도 않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나른해졌던 쥬다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곧 아하하 웃음을 터뜨리더니 얼굴에 물음표를 띄어둔 요한에게 설명해주었다. 

  “이 질문 유벨이 옛날에 똑같이 했었어. 붉은 꽃도 그렇고, 정말, 둘이 서로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닮았다니까.”

  귀엽다니까, 둘 다. 쥬다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또 웃음을 터뜨렸다. 요한은 유벨의 어디가 귀엽다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참기로 했다.  

  “……옛날? 아, 졸업 직후 말하는 거야?” 

  요한의 기억에 유벨이 쥬다이에게 꽃을 준 기억은 없었다. 애당초 정령이 꽃을 사 올 수는 있나? 사 왔다는 말이 아닌가? 쥬다이는 여전히 물음표가 띈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눈동자는 여전히 다정한 빛을 품고 있었지만, 입가의 웃음은 조금 평평해졌다. 

  “그때 말고.” 

  “응? 그럼 언제지…… 그 이후로 우리 쭉 같이 살았는데, 유벨이 꽃을 준 적이 있나?” 

  왜 기억이 안 나지? 쥬다이는 눈썹을 찌푸리는 요한을 계속 응시했다. 커피가 든 머그잔을 천천히 내려놓고, 마지막 남은 케이크 조각을 잘라서 나눠 먹었다. 나 정말 기억이 안 나. 둘만 외출했었던 때 일이야? 파운드케이크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으면서 말하는 모양새가 귀여워서 쥬다이는 다시 웃었다.

  “아니, 음, 그러니까…… 이번 생 말고.” 

  푹신한 소파는 쥬다이의 취향대로 빨간색이었다. 그래도 자제해서 채도가 낮은 빨강이었다. 푹신하게 등이 들어가는 소파는 쥬다이가 매일 쉬는 장소였다. 요한이 사 온 쿠션을 끌어안고 요한을 기다리는 장소였다. 소파 자체도 요한이 사 왔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고. 

  “진짜 옛날에.” 

  붉은 쿠션을 끌어안은 쥬다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장미의 이름 03



  “그 애랑 좀 그만 어울려 다니세요. 뭔 왕자가 거지랑 날마다 놀러다닙니까?” 

  “와, 그거 차별적인 말이다. 진짜.” 

  유벨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일부러 말끝을 늘이면서 하는 말이 얄미웠다. 유벨은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퍼덕퍼덕 날갯짓을 했다. 유벨의 버릇이었다. 화가 나면 팔짱을 끼고, 푸드덕푸드덕 거칠게 날갯짓하는 것. 물론 쥬다이가 입으로 푸드덕푸드덕 따라 하면, 닭이 날갯짓하는 것도 아니고 장난하냐고 매섭게 화냈다.

  “실망하시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그만 다니세요. 곧 있으면 정식으로 국무를 보셔야 하는데.” 

  “그러니까 더 그 애랑 다니고 싶은걸. 할 수 있을 때 해놔야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포기시키기는 무리였다. 사실 유벨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없었다. 쥬다이는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의 의무를 다한 뒤에야 시내에 나갔으니까. 자신도 쥬다이를 보호하기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었고, 쥬다이 역시 호락호락하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검술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지만, 달리기만큼은 체력이 좋은 탓에 정말 빨랐으니까. 왕의 임무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패배한 전투에서도 살아남는 것이다. 쥬다이가 혼자 적과 마주쳤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번 잘 따돌리고 유벨을 찾아왔다.  

  그리고 유벨은 쥬다이를 안전한 궁에 모셔놓고, 직접 반역자들을 죽였다. 피가 양 날개를 적시는 걸로는 시원치 않았다. 

  “게다가, 그 애랑 놀 때는 뭔가 조금 다르단 말이야.” 

  “예? 거지 꼬마한테 뭐가 있다고요.” 

  유벨이 상대를 진심으로 하찮게 보는 목소리여서 쥬다이는 조금 눈물을 삼켰다. 원래 유벨이 모두를 싫어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굴진 않는데. 자신이 너무 놀러 나갔나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오늘 안 놀러 갈 건 아니지만. 아무리 오늘 해가 강하다고 해도 놀러 갈 테지만. 

  “그냥. 조금 달라. 유벨이 날 볼 때의 기분이 이러려나?” 

  “……장난하지 마세요. 거지한테 그런 충성심을 느끼는 왕자라니. 나라가 망할 것 같잖아요.” 

  그 말에 쥬다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나라가 망한다는 농담에 화를 낼 법도 하건만 쥬다이는 그런 법이 없었다. 통이 크다면 컸고,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러는 유벨도 딱히 나한테 충성심을 가질 이유는 없잖아?” 

  “네? 무슨 말을,” 

  쥬다이는 언제 소리 내어 웃었냐는 듯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화창한 햇빛이 표면이 거친 석재를 하얗게 빛냈다. 궁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쥬다이를 호탕하지만 아직 철이 없는 왕자님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왕자이고 신분이 높으니까 에둘러 말하는 거지, 안 보이는 뒷자리에서는 그 왕자님은 아무 생각 없다고 말하곤 했다. 권력욕도 명예욕도 아무것도 없다고. 물론 그게 장점이기도 했다. 윗사람이 원대한 욕망을 가져봤자 아랫사람만 피곤할 뿐이니까. 

  하지만 유벨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쥬다이는 왕자답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유벨의 눈에는 그래서 더 고귀해 보였다. 게다가 유벨만 아는 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충성을 바쳤을 거라고 생각되는 모습이 있었다. 그가 정말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모습을. 

  딱 한 번, 암살자의 검을 막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날따라 쥬다이의 몸이 안 좋았는데, 그래서인지 평소처럼 칼을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베였던 날이었다. 뒤늦게 달려온 유벨이 발견한 건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쥬다이와 배에 단검이 박힌 암살자였다. 쥬다이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워낙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분명 그의 눈은 이전에 자신이 알던 다정한 갈색이 아니었다. 유벨은 그때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했다.  

  노란빛이 붉은 피와 섞여서 눈에 박혔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때야말로, 자신이 어째서 쥬다이에게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는지 깨달은 순간이었다. 명확히 문장으로 바꿀 수는 없었지만, 이미지와 색채가 확신이 되어 몸에 박혔다. 

  “왕자님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있으세요?” 

  “뭐야, 유벨 네가 시학에도 관심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쥬다이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유벨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쥬다이를 응시했고, 쥬다이는 한 걸음씩 앞으로 걸었다. 유벨은 입을 달싹였지만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한눈에 박혔던 기억이 충심의 뿌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분명히 그 기억은 강렬했고, 깊은 충심의 시작은 그곳이었다. 영영 잊을 수 없을 기억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주군에게 바치는 충성심은 그보다 더 깊었다. 단순히 한 순간의 매료가 아니라, 몇 년이고 같이 지내오면서 깊어진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얼마나 두서없이 생각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와 관련되면 언제나 논리가 사라지곤 했다.

  “왕자님. 저는 정말로…….” 

  끝맺지 못한 말에 쥬다이는 웃으며 답했다. 

  “알아. 유벨이 얼마나 나에게 잘 대해주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는 유벨도 모를 거야.” 

  살랑거리는 바람에 갈색 머리칼이 흔들렸다. 장난스럽게 웃는 입매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은 정으로 구깃구깃했다. 쥬다이는 천천히 시내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유벨은 한동안 그 모습을 뒤에서 쳐다보다가, 이윽고 날갯짓을 했다. 아직도 태양빛이 강렬했다. 유벨은 쥬다이가 가는 길을 따라 날았고, 쥬다이는 자신의 주위가 살짝 어두워졌음을 깨닫고 웃었다. 등 뒤에서 그늘을 만들어주는 유벨에게 손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유벨이 고개를 돌렸다. 쥬다이는 다시 한번 웃으면서 시내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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