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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37

2017. 11. 24. 22:03

*공미포 약 2100자

*오랜만에 재밌게 썼네요. 영화 The Deep Blue Sea에서 따온 장면이지만 꽤 많이 달라져서 의미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영화 되게 제 기준에서는 재미있고, 하지만 되게 잔잔해서... 호불호 많이 탈 것 같아요. 옛날 고전 소설을 보는 기분입니다. 장면장면 되게 길어요. 연극 같다고 하는데 제가 연극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비교를 못 하겠네요..ㅋㅋ 프레디 역의 톰 히들스턴이랑 여자주인공 헤스텔 역의 레이첼 와이즈의 외모가 무엇보다도 열일합니다. 어째 글 쓸 때마다 영화 추천하는 것 같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김히들 사랑한다.

*술먹고 죽을 뻔 했었습니다ㅋㅋㅋㅋㅋ반성중이에요. 앞으로 술은 입에도 안 대려고 합니다. 응원해주세요.

*쥬다이!!!!!!!! 피규어!!!!!!!!!!!!!!!!!!!!!!!!!!!!!!!!!!!!!!!!!!!!!!!!!!!!!!!!!!!!!!!!!!!!!!!!!!!!!!!!!!! 일알못을 도와주세요!!!!!!!!!!돈은 있어요!!!그나저나 느낌표 그냥 꾹 누르고 있으면 됐는데 왜 연타쳤을까요? 저기 피규어 뒤의 하나하나 누른 느낌표만큼이 제 사랑입니다. 쥬다이 사랑한다.

*영생 쥬다이와 요한이 나옵니다. / 별로 좋지 못한 엔딩 / 요쥬요




남자는 정신 없이 걸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을 찾아서 헤맸다. 행인들과 어깨를 부딪치자 어떤 이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짜증을 냈다. 남자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자신을 잡아오는 손을 뿌리쳤다. 멀리서 지하로 가는 입구가 보였다. 늦은 저녁에 더 이상 들어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역으로, 어쩔 수 없이 빨라지는 걸음을 어떻게든 의식하려고 애쓰며. 그는 쇠로 된 난간에 허벅지를 부딪혔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눈가의 움푹한 곳이 미끈거렸다.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짙은 갈색의 코트 주머니 속에 파묻혀있던 손은 피가 흐르지 않는 것처럼 차갑고 창백했다. 피부는 거칠었지만 바싹 마른 덕분에 오히려 물기는 잘 닦였다. 곧 갈라질 것 같았던 손등에 물기가 닿자, 그제야 살갗이 가죽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불행을 짜내서 얻은 물기는 손등만 겨우 적실 수 있었고 손바닥은 여전히 바싹 마른 볏짚 같았다. 곧 부서질 것 같은 손바닥으로 꺾어지는 벽을 짚었다. 자신의 눈 앞에 텅 빈 터널이 보였다.

던지자. 그 생각은 걷기 시작할 때부터 들었다. 그때 정신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하철의 앞에 몸을 던지자, 자신의 생을 던져 버리자. 그는 그렇게 결심했다. 그래서 정신 없이 여기까지 걸어왔다.

 노란 보도 블록을 넘어서는 새 발자국을 내디딜 때, 저 멀리서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닦았음에도 눈가는 물기가 가득했다. 불행을 비틀어 짜내도 더는 물방울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자신은 불행의 축축함에 잔뜩 스며들어있었나? 노란 빛의 헤드라이트가 의문을 밝혔다. 터널의 끝에서부터 서서히 밝아지는 것이 시야에 담겼다. 노란 헤드라이트가 저 터널의 끝에서 승강장의 중심으로, 곧 남자의 눈동자로 옮겨 왔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는 이 케이크를 시키려고 했는데 이미 품절이더라고.”

 진짜 맛있는 건 다들 안다니까. 이 집은 이 케이크가 진짜 제일 예쁜데. 크리스마스트리에 비둘기를 달면서 그가 말했다. 붉은 실과 흰 실로 소소한 패턴으로 짜인 니트를 입은 남자가 자기 키의 반만한 트리에 비둘기 장식과 붉은 공을 달고 있는 꼴은 꽤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 모습에 남자가 웃음을 터뜨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웃음이 난 거야. 케이크 놓친 게 웃겨?”

 그렇게 정색을 하고 말하더니, 말한 본인도 웃겼는지 그도 웃음을 실없이 터뜨렸다. 나름대로 트리를 어떻게 꾸밀지 계획했는지 장식물을 모아둔 상자를 뒤적거리면서도 두 남자의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그는 초록색 공 두 개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힌 조그만 슬로건을 상자에서 찾아내었고, 또 가장 위에 장식할 노란 별을 찾아내어 다른 손에 들었다. 여전히 웃고 있는 자신에게 별을 꼭 쥐어주고는 슬로건을 머플러마냥 목에 감아주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웠다. 그가 리본 모양으로 큼지막하게 묶은 천은 부드럽지만 마무리가 거칠었다. 집 앞을 함께 산책하다가 발견한 트럭에서 산 물건이었으니 딱 기대한 만큼의 값어치였다. 목덜미에 닿는 까슬까슬한 감촉을 느끼면서 남자는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기대한 감촉이 다가왔다. 부드럽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고 그는, 쥬다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요한도 메리 크리스마스야.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크리스마스를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네 평생은 아니겠지. 방금 트리에 꽂은 별은 꼬마전구들과 함께 반짝거렸다. 소파에 앉아서 요한과 손을 잡고 따듯한 차를 마셨다. 정확히 말하면 쥬다이는 코코아를 마셨고 요한은 허브차를 마셨지만. 쥬다이는 언제나 코코아도 달달한 차라고 주장하곤 했다. 나는 가능한 우리가 오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맞잡은 요한의 손은 그 전 해보다 조금 더 주름이 져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맑아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변하지 않는 자신의 손과는 다른 연인의 손이라.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있지. 그래도 즐겁게 보내자. 내년에도 트리의 별은 양보해줄게.”

“메리크리스마스도 묶어줄 거야?” 그 말을 하면서 쥬다이는 자신의 목에 묶인 슬로건의 한쪽 꼬리를 잡아 늘렸다. 크리스마스답게 유치한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요한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대신 쥬다이가 키스해주면.”

 

지하철이 지나쳐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었다. 남자는 뛰어들지 못했다. 생을 던져버리지 못했다. 그럴 수 없었다. 눈가가 뜨듯했다. 뜨거운 것이 양 볼을 적셨다. 이번에는 손으로 닦지도 못하고 그대로 흐르도록 내버려두었다. 바람에 휘날린 머리카락이 젖은 볼에 엉망으로 붙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목구멍이 날카롭게만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한밤중의 승강장의 끝에 쥬다이는 서있었고, 열차의 마지막 칸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철 내부의 노란 불빛이 그의 발치를 적셨다. 그때의 별도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이었는데. 나는 너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너 때문에 죽을 수가 없다. 쥬다이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팔로 휘적휘적 얼굴을 닦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쥬다이는 노란 빛이 물러가고, 열차가 승강장을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닦았음에도 여전히 물기가 남은 얼굴에 찬 공기가 들러붙자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세게 치면 얼굴이 깨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에는 텅 빈 공간밖에 없었다. 아무도, 아무 것도 없었다. 방금 지나간 것이 마지막 열차였다. 쥬다이는 이제는 지하철도 들어오지 않을 텅 빈 터널을 한참을 쳐다보다가 이윽고 몸을 일으키고 돌아갔다. 들어올 때와는 달리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었다. 꺾어지는 통로에서 쥬다이는 잠시 몸을 멈추었고,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한 손으로 벽을 짚고 서있었다. 어깨가 한 번 흐느끼고는, 곧 다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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