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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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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3. 19:35

*아무것도 아니고 원고하다가 도피하듯이 쓴 글이기도 하고, 퇴고도 안 해서 오타나 문법 오류 많을 것 같고 문장이 제대로 완결이 안 된 거 엄청 많습니다. 왜 올리냐 묻거든 오늘 산책하면서 본 길이 예뻤습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노카운팅합니다! 심지어 짧아요 헷

*쥬다이 짝사랑하는 요한이 보고 싶었어요ㅠ


 축축하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이만한 폭우는 오랜만이었던 지라, 요한은 아무 말없이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창도 문도 닫힌 밀폐된 실내였음에도 비가 워낙 많이 내려서 요한은 비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특유의 비린내와 역겨움을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사랑과 같이 갔던 바다가 떠올랐다. 바다에 제대로 가본 적 없던 요한에게 물은 그저 투명하게 비린 역겨움이었다. 수영장에서 느껴지는 투명한 미끌거림도. 비 오는 날 거리에서 느껴지는 시원하게 내리는 소리에 묻혀져 있는 비릿한 냄새도. 무엇 하나 좋아하는 것이라곤 없었다. 목욕을 할 때는 의무적으로 책을 들고 갔다. 비가 오는 날이면 가급적 약속을 피했다. 복도를 향한 창이 나있는 방에 틀어박혀서, 그마저도 커튼을 친 채로 요한은 활자 속에 정신을 묻었다.

 책의 한 장 한 장에서는 비릿함이라고는 없었다. 물도 불도 사랑도 우정도 심지어 텍스트 속의 케이크마저도 꼭 텔레비전의 저편에서 나오는 이미지들과 같아서 요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사랑이 자신의 머리카락만 만지지 않았더라면 요한은 지금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빌린, 혹은 전에 사놓은 책을 들고 이미 읽었든 읽지 않았든 개의치 않고 줄글을 읽어내려 갔을 것이다. 그 속에서 나오는 인물이 어떤 사랑을 하고 또 다른 책에 나오는 어떤 인물이 어떤 모험을 하든, 그렇게 한 장의 창이 사이에 놓인 현실감만 느끼면서 시간을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덥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사랑의 말에 정말로 공기가 한 순간에 더워져 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가락이 자신의 이마에 스치는 감각은, 그 사람의 손가락과 자신의 머리 사이에는 창도 공기도 존재하지 않아서. 요한은 그럴 때마다 빗소리가 귀에서 아득해진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둘 사이에는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갔던 바다가 소금기와 청량감과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물들은 청량하게 반짝거렸고, 어느새 신발을 벗고 발을 바닷물에 적시는 사랑은 시원하게 웃었다. 요한은 그 날 물이 어떤 아름다움을 가졌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보고 있는 빗물에 전처럼 거북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요한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잡고 있던 책으로 눈을 돌렸다. 전에는 막힘 없이 읽으면서 그 속도에 기대어 쉬었던 산문이 단 한 줄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요한은 눈을 감았다. 어느새 지끈거리기 시작한 눈을 엄지로 꾹꾹 눌렀다. 머리가 아픈 기분이 들었다.

 

 한 번 맛본 현실감이라는 것은 정말로 대단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현실이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었는지. 요한은 자신이 본 글들 중 몇 개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사랑과 함께 누리는 세상을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안 순간만큼은 비참했다. 왜 그를 사랑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의 근원이 그를 향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리고 그 마음을 절대로 먼저 말할 수 없을 거라는 자각이 바로 뒤따라 왔을 때는.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운데 자신만이 비참했다. 자신만을 빼고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사막이 떠올랐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과 같은 이치였다. 요한은 자신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말라 죽어갈 것이라는 걸 알았다.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걸 알려준 사람만큼 아름다웠다. 자신의 팔과 그의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때로는 그의 살결에 너무 강렬한 햇빛이 내리지 않도록 해주는 그림자가. 살살 불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바람이. 그 속에 녹아 들어간 도시의 내음이.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누구보다 반가운 친구로 맞아주는 사랑이 아름다웠다.

 

 아마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사막에서 말라 비틀어질 것이다. 틀림없이 물은 마실 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이 물내음을 역겹게 생각한 죗값일지도 몰랐다. 아마 자신이 원하는 그 청량한 액체는 쏟아지지 않을 것이다. 쥬다이는, 제 사랑은 자신을 그런 눈으로 전혀 보지 않고 있다는 것쯤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이 원하는 시원한 단물은 저에게 평생 쏟아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백열처럼 뜨거운 태양이 그 빛을 쐬어줄 것이다. 아주 아름다운 햇빛이 저 먼 하늘에서, 아주 푸르른 곳에서 잠깐 시원한 향만 지녔다가 그를 지나면서 뜨거워져서 이윽고 저를 태워 죽일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요한은 여전히 어느새 눈을 넘어서 관자놀이까지 세게 누르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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