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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 18

2017. 5. 7. 03:04

*자꾸만 자꾸만 길어져요. 뒷편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네요......ㅠㅠ

*공미포 4000자 공포 5000자 조금 넘는데,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ㅠㅠ

*그... 시점이나 횡설수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일상 에피소드로 풀어가고 싶었는데 어렵네요.ㅠㅠ 그럼에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쥬다이가 아픈 건 언제나 초융합 부작용입니다.


 쥬다이는 일을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아직 사귀지 않은 채로 동거만 하는 사이였을 때 요한은 쥬다이가 어디서 생활비를 마련하는지 궁금했었다. 쥬다이는 일을 전혀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어디에선가 돈이 툭툭 나왔다. 요한은 그게 참 신기하면서도 자신이 지적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애당초 자신이 말을 꺼내기도 뭐했다. 요한은 종종 생활비를 늦게 내고는 했으니까. 물론 절대로 고의는 아니었다! 은행에 들리는 것을 깜박한다던가, 통장에서 통장으로 이체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던가 그런 시답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였다. 물론 요한이 실수한 건 몇 번 안 되었지만, 쥬다이는 단 한 번도 집세가 밀린 적이 없었다. 그러니 요한이 뭐라고 먼저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일도 안 하는데 돈이 어디서 나?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이거니와, 너나 제때 내고 말하라고 하면 뭐라고 할 대답도 없었다.

 그렇게 귀찮음이 많은 쥬다이가 단 한번도 늦은 적이 없이 제때제때 내다니, 다른 친구들은 그것을 듣고 꽤 놀라워했다. 약속시간이나 가져오기로 했던 것은 매번 까먹으면서 집과 관련된 일만큼은 늦지 않았다. 그냥 쥬다이가 돈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하구나, 의외다. 요한은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 답은 사귀고 나서도 한참 있다가 알게 되었다. 쥬다이는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돈을 많이 쓰는 타입도 아니었거니와, 부모님 재산도 상당했다. 부모님을 소개받고는 조금 놀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잦은 여행에도 마르지 않던 통장이 이해가 갔다. 그렇게 오래 붙어있었는데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조차 몰랐으니, 요한은 쥬다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자신은 쥬다이에 대해 알고 있는 점이 많았다. 요한이 가장 좋아하는 건 자신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쥬다이를 보는 일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요한은 쥬다이에 대해 열 장 정도는 10포인트로 단숨에 써내려 갈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쥬다이는 슬슬 낮이라고 생각될 때쯤에, 그러니까 햇빛이 눈을 간질이는 정도가 아니라 위에서 내리쬘 때 일어나곤 했다. 잠에서 깰 때는 발딱발딱 일어나던 학생 때와는 다르게 한참을 베개에 머리를 문대다가는 눈을 떴다. 그건 뭐라고 하나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단순히 일어나기 싫다는 뜻인 것도 같았고, 아직도 졸리다는 의미인 것도 같았지만. 그보다도 뭔가가 더 있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쥬다이는 취기가 가시는 느낌도 싫어했다. 술을 좋아해서 자주 마시고, 또 텐션도 그만큼 쉽게 올라가는 주제에 취기가 조금이라도 사라지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냉정함이 나오곤 했다. 요한은 그런 성격을 쥬다이가 어디서 얻어왔는지 늘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어쨌든 요한이 그렇게 일어나지 못하는 쥬다이를 보는 날은 대부분 주말이었으므로 요한은 잔뜩 찌푸린 쥬다이를 푹 끌어안아서 깨우곤 했다. 가끔 피곤한 날에는 그대로 둘이 다시 자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쥬다이가 조금 붉어진 얼굴을 하고는 요한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잘 말린 솜이불에서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쥬다이는 종종 솜이불이 바삭거린다고 표현했지만. 그런 이불에서는 햇빛냄새가 난다고 책에서는 흔히 말했지만, 글쎄. 요한은 연인이랑 한 밤을 보낸 이불에서 쥬다이의 체향 밖에 맡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저 먼 우주에 덩그러니 떠 있는 태양의 냄새보다는 침대 옆 자리를 온기로 빼곡하게 채워주는 연인의 향기가 훨씬 더 가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끌어안고 있다가 애매한 낮이 완전한 낮이 되면 슬슬 배가 고파왔다. 집에 주로 있는 건 쥬다이였지만, 쥬다이는 요리를 즐기지도 않았고, 잘하지도 않았다. 사실 각 잡고 하면 잘하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퇴근해서 집에 들어왔다. 하루 종일 혼자 있었을 연인에게 잘 지냈냐고 물으면서 볼에 입을 맞추면, 바로 먹다 남은 나쵸가 보인다. 점심 뭐 먹었냐고 물어보면 우적우적 씹고 있는 나쵸 통을 슬쩍 들어보이는 게 끝이다. 그런 사람한테 밥 차려 달라고 할 수 있겠어? 밥을 차려서 떠먹여줘야지! 제일 맛있고, 제일 영양가 있는 걸로! 정말 몸 상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람. 요한은 매번 밥 얘기를 하면 투덜거렸다.

 

 “진짜, 내가 밥 잘 챙겨먹으랬잖아. 몸 상해!”

 애정 섞인 타박을 하고 부엌으로 들어서면 쥬다이가 곧 쪼르르 다가와서는 뒤에서 안아왔다.

 “그럼 요한이랑 먹을 때 잘 챙겨먹으면 되지.”

 

 헤죽거리면서 웃는 모습이 잘생겨서 요한은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자신은 쥬다이의 외모를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 아니, 물론 나는 쥬다이의 모든 걸 좋아하지만! 쥬다이를 위한다면 여기서 화를 내야 하는데,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 안아주면 어느 누가 화를 낼 수 있겠냐고. 대부분의 평일 저녁은 이렇게, 결국 요한이 한숨과 함께 요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월급쟁이에게는 꿀 같은 쉬는 날이 있다. 오늘이 공휴일인지, 주말인지, 월차인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쥬다이랑 온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날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이런 날에는 요리하고 싶지 않아서, 종종 쥬다이랑 요한은 손을 잡고 시내로 나갔다. 시내라고 해봤자 가까운 카페거리로 가는 게 다였지만. 그러나 얼굴을 보고,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둘의 단골 카페 같은 곳은 없었다. 햇살이 좋아서 손을 잡고 더 걷고 싶으면 조금 먼 카페로 갔고, 빨리 앉아서 기대고 싶으면 가까운 카페로 갔다. 그래도 각 카페마다 좋아하는 장소는 있었다. 햇살이 비치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게 보이는 창가나 테라스가 좋았다. 길가가 바로 보이는 바깥쪽 자리도 좋았다. 오늘은 길가 쪽에 앉기로 했다. 실내에 있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들 여유롭게 걷는 거리가 좋았다.

 

 “뭐 마실 거야?”

 “…… 나 체중 조절해야 해. 아메리카노 마실래.”

 

 에코백을 옆에 놓고는 쿠션을 끌어안으면서 하는 말이었다. 쥬다이가 저는 빨강이 좋다면서 빨강 쿠션을 잡으려다가 말고는 파란 쿠션을 집어왔다. 다른 쿠션들에 묻혀서 보이지도 않는 걸 잘도 찾았다 싶었다. 그러고는 그걸 폭 끌어안고는 요한 색깔!”이라고 말하면서 맑게 웃어서, 요한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는 돌아와서 쥬다이의 옆에 앉았다. 빨간 쿠션을 끌어안고는 쥬다이가 기대오자 기대오는 대로 받았다. 목에 부드럽게 다갈색 머리칼이 와 닿았다. 한쪽 손으로 쥬다이의 손을 잡았다. 거리에 오후 햇살이 따갑게 비치고 있었지만, 다행히 차양이 그들에게 그늘을 마련해주었다. 그늘 속에서 보는 10월의 세상은 꽤 많이 아름다워서, 가을이라는 것도, 곧 겨울이 찾아올 거라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벨이 울려서 이번에는 쥬다이가 음료를 갖고 왔다. “요한 밀크티 시켰네! 나는 우유 먹으면 속 더부룩해서 싫던데.” 정말, 소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똑같이 있었는데 왜 동양인들만 그렇담. 쥬다이가 작게 투덜거렸다. 음료랑 같이 시킨 베이글하고 샌드위치를 먹기 좋게 자르면서 웃었다. 베이글에 묻힌 크림치즈가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녹아 빵에 스며 들었다.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가롭게 오후를 보냈다. 한가롭고 여유로웠지만, 결코 낭비는 아니었다. 이야기가 쓸모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잠깐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가, 베이글을 먹던 쥬다이가 샌드위치가 맛있냐고 물어서 한 입 물려주고는 곧 장보는 이야기로 넘어갔다. 저녁은 스파게티 해먹을까? 좋지. 토마토? 아니면 크림? 어려운데. 그럼 반반해서 로제는 어때? , 그것도 좋은데? 요한도 쥬다이가 먹고 있던 베이글을 한 입 빼앗아 먹었다. 고소한 게 맛있었다.

 

 “, 진짜 평화롭다.”

 

 기지개를 피면서 말한 쥬다이는 그제야 잠이 다 깼는지 눈이 반짝여 보였다. 그래, 맞아. 말로 정리되지 않았던 것이 명확하게 떠올랐다. 쥬다이는 종종 잠에서 깰 때 슬퍼 보였다. 정확히는 무기력하게 슬퍼보여서, 요한은 그게 쥬다이의 불행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때로 그늘에서 쉬는 게 아니라 그늘 속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사람을 진짜로 사랑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의 불행을 보았을 때라고 했지만. 글쎄, 요한에게 불행은 불행이었다. 어느 날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사랑이 불행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 불행으로 인하여 쥬다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해도, 쥬다이가 불행하지 않았으면 했다.

 

 집세를 내기로 약속했던 날에 종이가 찢어지도록 빨간 펜으로 체크하는 쥬다이를 본 후에는 더욱 그랬다. 어쩌면, 이건 안 좋은 게 아닐까. 그 장면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몰랐다. 아마, 막연하게 현재를 가리키는 것이리라. 요한은 자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황급히 수첩을 닫는 쥬다이를 보는 게 힘들었다. 수첩에 자신이 참여하는 약속 말고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는 것도 힘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힘든지 슬픈지 알 수가 없었다.

 

 쥬다이와 사귀지 않은 채로 했던 동거는 꼭 1년이었다. 계절을 모두 거치는 동안 요한은 쥬다이가 때때로 아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벽 하나를 두고 있었을 뿐이었다.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낸 날에 습관이라도 된 것처럼 쥬다이는 시트를 움켜쥐고 손이 하얘지도록 고통을 참아냈다. 너덜너덜해진 입가에서는 피가 비쳤다. 각질은 하얗게 일어나 있었고, 팔에는 손톱 자국이 나있었는데, 끝까지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멋대로 자신의 방에 찾아온 불청객을 황망하게 돌아보다가, 쥬다이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몸이 간헐적으로 떨렸다. 요한은 쥬다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괜찮아? 그 흔한 질문을 던질 수가 없었다. 눈물이 떨어졌다. 시트 위로 떨어진 것은 자신의 것이었고 자신의 옷 위로 떨어진 건 쥬다이의 눈물이었다. , 잖아. 뜨문뜨문 억세게 다문 잇새로 말이 새어나왔다. 목소리에도 각질 같은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게 잔뜩 일어나 버렸는지 목소리가 평소에 비해 너무 거칠었다. 쥬다이가 밤새 드라마 재방을 봐서 목소리가 낮아졌다던 숱한 날들이 떠올랐다. 드라마를 물어도 외국 드라마라 모를 거라면서 손사래 치며 웃었던 기억이 났다.

 

 요한에게 불행은 불행이었다. 그래서 쥬다이를 더 사랑하게 되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런 것은 없었다. 그냥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있잖아. 거친 문장이 전해져 왔다. “이런 거 비겁하다는 거 아는데.” 단숨에 말하고 쥬다이는 숨을 몰아 쉬었다. 숨소리가 힘겨워 보였다. 시트를 잡고 있던 손이 바들거리면서 요한의 소매를 잡았다. 시트를 뜯어져라 구기던 것과는 달리 자신을 잡아오는 손은 소매 끝만 잡고 떨릴 뿐이었다.

 

 “나랑 계속 같이 살면 안 돼?”

 

 요한은 눈을 깜박였다. 차라리 소매를 애달프게 잡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어깨가 부서지도록 잡아주는 게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쥬다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한에게 불행은 불행일 뿐이었다.

 

 

 “, 아메리카노 진짜 맛 없어.”

 

 요한은 눈을 깜빡거렸다. “밀크티는 맛있는데.” 쥬다이는 입술을 삐죽이면서 밀크티는 살찐다느니의 말을 늘어놓았다. 요한은 툭 나온 입술에 잠깐 입맞추고는 멍하게 벙찐 쥬다이의 표정을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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