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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15 (sensuous 01)

2017. 3. 3. 22:15

*글쓰기 재활로 아무렇게나 뒷내용 정하지 않고 쓰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데 두 번 대폭 수정한 거라 지금 안 올리면 영영 안 올릴 것 같네요.ㅠㅠㅠ 초고입니다. 추후 수정합니다.


*센티넬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설정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센티넬은 일반인에 비해 오감이 예민하며, 가이드와의 접촉이 계속 없을 시 미쳐버리고 만다.

-단, 이 글에서 가이드와 센티넬의 특이적 반응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1대1 운명매칭이 없습니다. 가이드라면 누구나 센티넬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단 1대 다수는 단기간밖에 되지 않고, 효율이 아주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정부기관에서 센티넬과 가이드를 배치해주며, 상대가 싫을 시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지역을 고려하여 무작위로 연결해줍니다.

-가이드는 센티넬의 관리직으로 일할 수 있고 이때 공무원으로 취급받아 월급이 나옵니다. 가이드가 없으면 센티넬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다면 취업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쓰고 있지만 내용 진행하는 데에 이게 필요할까요?ㅋㅋㅋ


*공미포 2600자로 짧고, 재미없고, 싱겁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쥬다이가 기억 잃은 상중하 요쥬 하편은 곧... 나올 것 같습니다...ㅠㅠ











손에 문 담배 연기가 숨에도 빼곡하게 차 들어가 있었다. 요한은 눈을 깜빡이면서 자신의 앞에 누워있는 이 비협조적인 첫 상대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했다.


가볍게 내쉬는 숨소리가 벽을 치고 제 귀로 돌아왔다. 담배를 느슨하게 쥔 손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꽃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 갔다. 잘만 정리하면 꽤 탐스러울 것 같은 갈색 머리를 가진 청년은 요한의 눈 앞에서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한은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짙은 남색 소파 위에 일자로 누워 있는 사람을 잠시 바라봤다. 전반적으로 두드러지게 마른 인상이었다. 담배를 한 모금 마시고는 카페트에 떨어트릴 것처럼 불안하게 들고 있는 손은 뼈마디가 툭툭 불거져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자신보다 세네 살 정도 나이가 위인 것 같았고 나이차이를 감안하고도 닿지 못할 거리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상대였다. 요한은 가만히 서있다가 조그만 원형 의자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끌고 소파 옆에 앉았다.


등받이가 없어서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플 것 같았다. 요한은 혹시 방 안에 다른 의자가 있나 살펴봤지만 꽤 큰 방은 텅텅 빈 편이었다. 가구라고는 남자가 누워있는 소파와 자신이 앉아있는 작은 의자, 그리고 사과 바구니가 놓여져 있는 테이블뿐이었다.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사과는 방금 씻은 것처럼 물방울이 묻어났다. 방에는 시간도 알지 못하게 시계조차 걸려있지 않았으나 요한은 손목시계를 가지고 있었으니 괜찮았다.





Sensuous: 1.감각적인





“사과 먹어도 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남자가 말했다.


“가이드도 마지막 날 검사는 공복에서 하지 않아? 배고프잖아.”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요한은 고개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는 남자의 태도에 조금 질렸지만, 제대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가장 위에 있는 사과를 집어 들었다. 단단하고 빨갛게 잘 익은 것이 맛있어 보였다. 한 입 베어 물자 아삭, 물기 어린 소리가 났다. 단단한 식감의 사과는 달았고 상큼했다. 씹을수록 과즙이 말랐던 입 안을 적셔갔다. 말없이 적막한 분위기에서 남자는 담배를 들이켰다가 내쉬었고 요한은 사과를 먹었다. 분위기 탓에 조금 체할 것 같긴 했다.


“얌전하게 먹네.”


계속 천장만 보던 주제에 어떻게 알고 말하는지 궁금했다. 남자가 그제야 몸을 일으키면서 입을 열었다. 남자는 언제 다 피웠는지 빈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무릎에 얹어놓았는데 자신과는 다르게 굉장히 여유로운 몸짓에 요한은 조금 불만이었다. 들어온 지 십오 분이 지나서야 제대로 마주한 남자의 얼굴은 생각보다 소년 같았다. 어쩌면 예상한 나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요한은 눈을 마주쳤다.


“이름이 뭐야?”


시선을 엮은 시간이 꽤 길다고 생각했다.


“요한 안데르센이요. 당신은요?”


남자의 눈은 투명하고 다갈색이었다. 남자의 등 뒤로 보이는 차고 딱딱한 남색과 달리 머리칼도 눈동자도 은은한 조명에 감싸여서 온화한 빛깔을 띠었다.


“유우키 쥬다이.”


시선이 요한에게서 분리되었다. 무기질까지는 아니어도 섬유소정도로 감정을 보이지 않던 표정에 처음으로 선이 그려진 순간이기도 했다. 쥬다이는 요한이 처음 보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적어도 한 달 동안은 네가 내 목숨을 쥐고 있네. 잘 부탁해, 요한.”


쥬다이는 아까만해도 떨어트려서 불이라도 낼 것 같이 담배를 쥐고 있던 오른손을 내밀었다. 요한은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뻑뻑 피워댔으니 담배 냄새가 날 법도 한데, 방에 들어간 순간에도 시선을 교환한 순간에도, 손을 잡은 지금도 사과의 풋내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말해도 돼. 어차피 이제부터 생활공동체인데.”

“담배 냄새가 안 나.”


허락하자마자 말을 놓는 신입의 패기에 쥬다이는 눈을 가만히 깜박였다. 다시 한 번 호선을 그리면서 대답했다. 시원한 성격을 싫어하지 않았다.


“이거 센티넬 용으로 엄청 희석한 거야. 진정제도 좀 들어있고.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예민한 센티넬이 이렇게 조명도 강하고, 사과 향은 온 방을 적시고 넘쳐나고, 손목시계 초침소리는 있는 대로 들리는 곳에서 어떻게 버티겠어.”


시계를 배려해서 떼놓았으면 가이드 손목시계 정도는 벗겨놓을 만도 한데 말이야. 그렇지? 한쪽 눈썹을 올리면서 능청스럽게 묻는 말에 요한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센티넬은 오감이 일반인보다 훨씬 민감하다. 그게 그들이 그렇게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큰 힘과 함께 주어지는 족쇄이기도 했다. 가이드와 접촉해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센티넬은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 미칠 거라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상식이었지만 그 소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는 센티넬 본인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았다.


요한은 황급히 손목시계를 벗으려고 했지만, 쥬다이가 악수한 손을 풀어주지 않아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벗는다고 시계가 멈추는 것도 아니고. 가이드랑 접촉하고 있는 편이 훨씬 나아.” 왜 그러냐고 표정으로 묻는 요한에게 쥬다이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쥬다이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빈 소파 옆자리를 툭툭 쳤다.


“옆으로 올래? 언제까지 악수해 우리.”


그가 말한대로 졸졸 따라가서 소파에 앉았다. 텅 빈 방에서 처음 보는 남자랑 단 둘이 옆에 앉아있으려니 여간 불편한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소파는 꽤 푹신했다.


“어,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뭘 해야 하는 거야?”

“음, 그냥 이야기하고 친해지고 신체접촉 좀 하면 돼.”

“하하, 쥬다이는 대단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네.”


너무 간단하게 스킨쉽을 그냥 접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우스워서 조금 웃었는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쥬다이가 빤히 이쪽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웃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 말한 건지 생각해볼 새도 없이 소파 위에 얹어놓은 손을 쥬다이가 덥석 깍지까지 껴서 잡아왔다.


“나한테는 일상적인 일인걸. 이렇게 손을 잡는 일이나.”


요한의 어깨를 누르자 쉽사리 소파위로 몸이 기울어졌다. 당황한 눈빛이 역력한 요한의 위로 상체를 기울였다. 요한의 머리카락은 손을 잡기 전에는 참 신경에 거슬리는 파랑이었는데, 가이드와 접촉한 지금은 센티넬로 각성하기 전에 느꼈던 숲의 이미지와 비슷해 보였다. 싱그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앞머리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요한의 숨결이 딴 지 얼마 안 된 과일처럼 상큼하게 달달하다고 느꼈다. 온 방을 적시다 못해 흘러 넘치는 사과의 풋내가 느껴졌다. 얼굴을 더 가까이하면 할수록 당황한 표정보다도 더 닿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더, 조용하고, 상쾌한. 며칠 만에 닿은 가이드는 안정감 이상을 상징했다.


“이런 것도, 센티넬한테는 일상적인 일이지.”


쥬다이는 갑자기 어깨를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꾹 누르면서 천천히 입을 맞출 듯이 다가왔다. 요한이 어쩔 줄 모르다가 꾹 눈을 감아버렸을 때, 쥬다이는 귓가에 놀리듯이 속삭이면서 요한에게서 떨어졌다. 빨갛게 달아오른 요한의 얼굴을 보고는 곧 깔깔거리다가 여전히 깍지 낀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정말로 잘 부탁해.”


요한은 생글거리면서 저를 쳐다보는 쥬다이가 어이가 없어서 쏘아보다가, 결국에는 화를 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다짜고짜!” 이어지는 질타에도 하하 웃으면서 쥬다이는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입이 부루퉁한 요한을 보고 쥬다이는 슬쩍 웃다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이제 긴장은 풀렸지? 가이드 하면 이것보다 심한 일도 당할 텐데 어떡하냐?”


긴장이 풀린 것은 사실이었고 쥬다이와의 분위기가 더는 체할 것 같지 않았지만. 찜찜한 건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가이드와 센티넬 관계라지만, 오늘 처음 본 사이에 저런 태도를 취하는 것도 그랬고. 그리고 조금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걸렸다.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얼마나 희석한 것인지, 입술이 닿을 것처럼 그렇게 가까웠는데도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요한은 그게 무얼 상징하는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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