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 : yugioh

요쥬요A 04.5?

2017. 3. 16. 01:54

*도대체 어째서 왜 갑자기 애들이 커버렸냐고 물으시냐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실 이 내용을 쓰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손가는 대로 썼는데 머릿속에 있던 내용이 튀어나왔네요ㅠㅠ공미포 3300자정도 입니다.

*재미없음 주의, 오글주의, 트리거 주의입니다. 

*그럼에도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까딱까딱, 배 한가운데에서 무언가가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그 한가운데 고동에서 텅텅 비어있던 자리로 바람소리가 울렸다. 쥬다이는 눈가를 쓸어 넘겼다. 자라면 자랄수록, 블록은 얼기설기 쌓아 올려졌다.


 “쥬다이.”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다들 좋아할 목소리였다. 똑똑 떨어지는 발음이 공기 중으로 날아오르면 촉촉히 젖는 것은 자신의 귀뿐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다들 요한의 목소리를 좋아했지만 쥬다이가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그의 귀뿐이어서, 쥬다이는 자신의 이름이 글자마다 방울 져서 고막을 적셔가는 느낌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지 않은 걸까? 요한은 그의 짧은 생에서 생경한 사람이었다. 늘 같이 하는 하교길이 어색해질 만큼 날마다 생소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요한에게는 그렇게 감추었던 것을 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였다면 노을이 졌을 텐데, 노을 같은 극적이고 아름다운 배경은 아니었다. 그냥 두 동네의 경계선 정도였고, 매일 오고 가는 하굣길 정도였고. 심지어 꽤 아름다웠던 동네의 배경도 뚝뚝 흘린 그의 눈물 탓에 그에게는 흐릿하게 뭉개져 보였다.


 “요한, 실은 나”


 자국을 들킨 것은 순전히 자신의 잘못이었다. 어쩌면 요한의 잘못이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격이 없이 몇 년 동안 노크도 안 하고 네 집을 내 집 같이 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온 것은 요한의 잘못이었다. 그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지 쥬다이도 의문이었지만.


 그렇다면 자신의 잘못이었을까? 뚫은 지 얼마 안 된 귀가 옷에 꽉 눌리니 아파서 잠깐 쉬엄쉬엄 갈아 입은 것이 저의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그렇게 한 번 쉬는 사이에 큼지막하게 있는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잠깐 정신을 놓은 것도 자신의 잘못이었다. 한달 사이에 급하게 마른 자신의 몸에 있는 멍을 보니 좌절감과 또 다른 감정이 스쳐 지나간 탓이었다. 멍도 손자국도 지워져 가지만, 전부 보이니 적나라할 정도였다. 토기가 올라오는 것 같은데 텅 빈 것 같은 기분이라서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그건 꼭 장기 하나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렇게나 쌓아 올리다가 흔들거리자 블록 탑의 빈 공간들이 아쉬워지는 기분과도 비슷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계속 옷을 갈아입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너무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자신을 찾으러 요한이 들어왔다. 그러니 요한의 잘못은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토록 쉬운 일인데. 몇 초 후면 다시 그럼 이게 나의 잘못이냐고 도돌이표처럼 돌아가 따질 것이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걸 앎에도.


 “실은,”


 단지 허벅지와 옆구리에 있는 자국들을 들켰을 뿐이었다. 햇볕이 쨍쨍한 여름은 한참 전에 지나갔고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은 머리카락의 끝도 보여주지 않은 계절이었다. 분명 가을이었으나 어느 학생은 아직 하복을 입고 어느 학생은 춥다고 춘추복에 가디건을 입고는 동복을 허락해달라고 선생님을 조르는 계절이었다. 가을이라고는 해도 낙엽도 크게 지지 않은 시기라 요한은 자신의 집에 있는 잔디밭의 빛깔이 더는 푸르지 않은 것으로 가을이 온 것을 짐작했다. 그렇게 그 동네에서 그 시절의 계절은 애매하고 아무것도 아닌, 그냥 좋은 날씨라고 말할 만한 애매한 계절이었다. 꼭 인공적인 맛이라는 것이 분명하고 과일 향도 제대로 나지 않지만 맛있고 단 편의점에서 파는 정체불명의 주스 같은 날이었다. 그렇게 무거운 자국을 이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볍고 일상적인 날이었다. 새콤한 맛이 감도는 주스가 입을 한 바퀴 쓸고 지나간 오후였다.


 “아저씨가,”


 하늘은 어슴푸레하게 밝았다. 그냥 딱 누구도 하늘을 눈 여겨 보지 않을 정도로만 밝았다. 쥬다이는 눈가를 훔쳐냈다. 뭉개지는 지붕들이 벽 위에서 제자리를 잡았다. 그 처음도 그랬다. 창 밖으로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햇빛은 흐릿하다가 분명해졌다. 누워있는 소파에서는 오래된 담배 냄새가 심했다. 제대로 닫은 지 한참 되어서 햇빛이 닿는 부분만 유독 색이 옅어진 커튼이 창문 위에서 달랑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바래고 닳은 소파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것 같았고 쥬다이는 그 위에서 천천히 재떨이에 초점을 맞췄다. 온 몸이 뻐근했고, 아팠고, 도저히 다른 것들은 인지가 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붉은 색이 점점이 찍힌 초록빛 재떨이에는 장초 몇 개가 새로 생겨 있었다. 저녁 때는 보지 못한 걸 보면 그 사람이 피운 것일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깨진 도자기 조각이 바닥을 나뒹구는 게 보였다. 숨소리가 들렸다. 쥬다이는 답답한 앞머리를 뒤로 확 쓸어 올렸다. 갑자기 움직인 통에 뻐근한 팔과 그 위에서 헉헉 몰아 쉬는 자신의 숨소리가 들렸다. 분명 숨소리가 들렸었다. 밤에 얻어맞은 머리가 띵하게 울렸다. 자기 위에서 기분 나쁘게 숨을 몰아 쉬는 소리가 생생할 정도로 분명했다. 처음에는 싫다고 난리 쳤던 것 같은데 어째서 지금 이 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볼이 뜨거웠다. 사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화끈거려서, 얼굴까지 뜨거워지니 이제야 균형이 맞은 느낌이기도 했다. 어젯밤 대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은 포기해버렸던가? 기억하건대 아마 방금 창창히 깨진 저 재떨이로 머리를 얻어맞고 소파에 쓰러졌을 때? 아니면 욕을 중얼거리는 제 입을 그 사람이 더럽게도 담배로 찌든 손으로 막았을 때? 그것도 아니면 아마 목을 졸리면서 마지막 셔츠 단추가 풀렸을 때?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정신을 잃은 것도 아니었고 중학생이 된 지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제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알지만 제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니 화가 나는 것도 아닌데, 버틸 수가 없었다. 생긴 건 제 부모를 닮아서 반반하다고. 그 말 사이사이에 내뱉는 숨이 말의 내용보다도 모욕적이었다. 눈에서 죽죽 흐르는 물은 물 주제에 불타는지 자국마다 화상을 남길 것처럼 화끈거렸다. 다리 사이에서 질척거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인조가죽에서 불쾌한 냄새가 났다. 남자가 술에 취해서 뜯다가 포기해버려 반쯤 찢어진 채로 탁자에 윤활제를 흘리고 있는 콘돔이 눈에 들어왔다. 휘청거리는 다리로 주저 앉았다. 소파가 전혀 푹신하지 않았다. 어제 제 가슴 위에서 들렸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몸을 잘게 떨었다. 질척한 소파에서 일어나 욕실로 걸어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우선은 너무나도 불쾌했다. 초록색 도자기에 햇빛이 반짝거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새끼 밑에서 자란 나의 시간은 제대로 된 탑은 아니겠구나. 사람이 살아가는 걸 블록으로 탑을 쌓는 거에 비유한다면, 지금쯤 내 탑은 블록을 올려놓지도 않았는데 무너지려고 휘청거리겠구나.


 노을도 지지 않는 하늘에서 쥬다이는 숨이 찬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가 경계에 걸려서 까딱까딱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 새끼가 나를……”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요한이 끌어안았다. 단단하게 감싸는 팔에 쥬다이도 고개를 숙였다. 말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어깨에 눈가를 파묻을 것처럼 꾹꾹 묻었다. 이제는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아닌데 얼굴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요한의 눈가도 붉었다. 그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전해져 오는 온기의 끝에는 작은 섬유유연제가 대롱대롱 향으로 매달려 있었다.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정말 평화로운 냄새여서 쥬다이는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그 새끼가.” 내뱉는 단어는 문장이 되지 못했다. 아는 것과 말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쥬다이.”


 노을조차 지지 않는 하늘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에게 보호자에게 학대를 받고 있다고, 처음으로 고백하는 장면으로는 정말로 극적이지 않은 배경이었다. 영화였다면 분명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잔뜩 껴서 가로등이 탁 켜지는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노을조차 내리지 않은 하늘이었고 그냥 딱 평소만큼 밝았다.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요한이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코가 반쯤 먹은 것 같은 소리는 아직 그가 어리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에게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는 그가 아직 누군가의 그늘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누가 누굴 돕겠다는 건지, 요한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 쥬다이를 채근하지 않고 가만히 곁에 있었다.


 "나는 네가."


 울먹이는 소리는 말을 더듬게 만들었다. 어떻게 봐도 그건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 대상 앞에서 질질 짜면서 말을 더듬는 꼴이라니, 하지만 쥬다이가 먼저 솔직해졌으니까, 자신이 구원해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해줬으니까. 요한도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말하면서 필요한 것을 알아서 챙겨 손을 쥐어줄 정도의 어른이 아직 되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있는 힘껏 안아주고, 도울 수 있는 일을 묻고, 말하기로 했다.


 “나는 네가 행복해지면 좋겠어.”


 그 하늘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하늘이었지만, 요한의 머리칼 뒤에 놓여 있는 하늘의 부분만큼은 조금 맑아 보였다. 섬유유연제는 청량감이 감도는 향을 가지고 있었다. 쥬다이는 어디에선가 딸깍, 들어맞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2 : yugio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쥬 18  (0) 2017.05.07
요쥬 16  (0) 2017.04.06
요쥬15 (sensuous 01)  (0) 2017.03.03
요쥬 13  (0) 2017.01.16
요쥬 11  (0) 2017.01.06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