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 : yugioh

요쥬 16

2017. 4. 6. 23:29

*노맥락 노근본 짧음(공미포2600자쯤) 주의

*아주아주 약한 수위 주의

*쥬다이 성격을 패왕~니쥬다이 정도로 잡았습니다. 그냥 한 오억만번째 평행세계 AU로 봐주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하루였다. 갑판에는 바닷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바닥을 흠뻑 젖게 만들고도 흘러 넘쳤고 사람들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바닥이 울퉁불퉁한 고무장화를 신고도 온갖 힘을 다해 걷고 뛰었다. 갑판 위에 서있으면 속옷까지 흠뻑 젖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얼굴로 쏟아지는 빗물들이 가장 곤란했다.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빗물이 사정없이 내리쳤다. 파도가 뒤에서 힘차게 배의 옆면에 부딪쳐 부서졌다. 거의 끝에 서있던 남자에게도 부서진 하얀 포말이 섞인 바닷물이 우수수 쏟아졌다. 이런 일은 예상했는지 머리끝까지 우비로 뒤집어 쓴 남자는 한 손으로 단단히 밧줄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이마를 훔쳤다. 곧 다시 빗물이 이마 위에서 줄줄 흐르겠지만 잠깐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갑판의 다른 끝에서 올라오는 남자가 시야에 잡혔다.

 남자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여기저기서 파도가 치는 통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모양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차피 저기서 파란 비옷을 입고 다가오는 남자는 오랜 인연이어서, 저기서 팔만 흔들었더라도, 아니 저기서 숨만 쉬었더라도 저를 부르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이마를 훔치고는 다리에 힘을 주고 밧줄로 고정하려던 물건을 단단히 묶었다. 벽에 걸려있는 고리에 밧줄을 두어 번 더 묶었다. 그러고 나서야 이미 저에게 다가와서 고정을 도와주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방에서 물방울이 튀고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인 탓에 햇빛이라고는 요만큼도 보이지 않는 날이었는데 남자는 저를 마주보고는 물이 잔뜩 묻은 얼굴로 활짝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날이 안 좋네! 말하는 사람도 들릴 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들은 사람은 어찌저찌 이해는 했다. 얼굴 맞대고 산 지가 얼마인데. 떨어지지 않는 남자에게 적응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붙어있었는데 적응이 안 됐다면 아마 바보거나 천치일 것이다.

 다만 이해했음에도 답해오는 말은 없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리고는 저벅저벅 물 탓에 첨벙거리는 소리가 나는 갑판을 걸어갔다. 곧 물이 가득 찬 장화 소리는 두 개가 되었다. 저쪽에서도 첨벙거리면서 넘어오는 소리가 이상하게 불안했지만 개의치 않고 넘어갔다. 파란색 비옷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냥 딱 모든 게 처음인 티가 팍팍 나는 도련님이나 다름이 없었다. 조난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파란색이야.


 

 “수영은 할 수 있어?”

 바다랑 꼭 비슷한 머리색을 가지고도 바다를 처음 본 것처럼 신나 보이는 남자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인정하자면 머리색만큼은 아름다웠다. 분명 염색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름답다고, 혹은 머리색 멋지다고도 한 마디 한 적이 없으니 염색이냐고 묻지도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수영은 할 수 있어? 그게 남자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자기는 꼭 배를 탈 거라고. 너랑 같이 탈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던질 수밖에 없는 기초적인 질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처음 배를 타는 게 뻔한 도련님인데 말릴 때마다 고개를 휙휙 젓고는 할 수 있다고 말하니 더는 말릴 수도 없었다. 겨우 성인을 넘긴 것 같은 남자는 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꼭 네가 타는 그 배에 탈 거야. 반 년이나 걸린다며. 햇빛이 아주 눈부시게 부서지는 날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오후의 햇빛은 느릿하게 수면을 때렸고 그 때마다 바다는 시원하게 부서져 내렸다. 빛으로 일렁거리는 해안에서 그가 또 웃었다. 남자는 오늘따라 바다가 너무 잔잔하다고 생각했다. 시원하게 벗어버린 셔츠가 바닷바람에 나부꼈다. 수영 할 줄 모른다는 대답에 잠깐 고요했던 세상이 덜컹거린 것 말고는 평온한 하루였다.

 


 폭우가 계속 쏟아져 내렸다. 조난을 당하면 꼼짝없이 죽길 바라는 것처럼 짙푸른 파란색 비옷을 입은 남자가 저를 뒤따라 오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우비로 머리부터 발목까지 뒤덮었는데 등은 그렇다 쳐도 목 뒤까지 뜨끈하게 축축했다. 빗물과 바닷물이 엉켜대는 통에 버티느라 온갖 긴장을 다했기 때문에 땀이라도 났나 보다 생각했다. 갑판에서 배의 안으로 들어오고 다시 남자의 방에 까지 걸어가는 몇 분 동안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걸어갔다. 원래도 깨끗하지는 않았던 복도에 물자국이 길게 남았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다시 돌아오면 남자는 손이 축축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남자의 뒤에는 여전히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가 손목에 가느다란 줄로 매달려있는 열쇠를 꺼내 방문을 열 때도, 그는 우비의 모자를 벗고 파란 머리카락에 묻은 물을 말없이 툭툭 털면서 서있었다. 찰칵 소리가 나고 방문이 열렸을 때 남자에게 어디까지 따라올 거냐고 말하려고 했었다다. 그런데 그 순간 큰 파도가 부딪혔는지 배가 세차게 흔들렸다. 방 안에서 무언가가 쓰러졌는지 큰 소리와 함께 좁고 축축한 세상이 흔들렸다. 램프가 덜컹거리면서 벽에 부딪혔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어수룩한 남자는 그답게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는 것을 남자가 받아주었다. 받아주었다는 표현보다는 함께 쓰러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받으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서로 붙은 채로 문지방에 주저앉은 꼴이었다.

 이윽고 남자가 덮어쓰고 있던 우비의 모자도 결국 미끄러져 내려갔다. 코앞에 아주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배가 세게 흔들렸던 탓에 찡그렸다가 서서히 펴지는 눈은 그 맑았던 날의 하늘처럼 파랬다. 남자는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입을 맞췄다. 램프가 흔들거리는 통에 빛이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

 파도가 다시 치는 통에 램프빛이 더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문지방을 비추었다. 그 때쯤에야 섞였던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파란 머리는 상대의 어깨를 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한숨 같은 숨이 섞여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램프는 다시금 흔들렸다.

 “쥬다이.”

 좁고 축축한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눈이라고 생각했었으나 아주 맑은 목소리라도 이렇듯 습하고 컴컴한 곳에서는 나름의 습기를 지니게 되기 마련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개월을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지낸 남자의 숨에서는 햇살내음보다 바닷물냄새가 났다. …… 물기에 젖은 숨소리가 한 번 내쉬어졌다. 한 번 털었음에도 여전히 젖은 머리카락들이 남자의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이번에는 파란 머리의 남자가 쥬다이에게 입을 맞췄다. 항해동안 길어진 머리카락이 쓸고 지나간 바닥에 물자국이 남았다. 몇 번 입을 뗐다가 다시 맞추는 그 사이에 쥬다이가 짧은 이름을 불렀다. “요한.”

 낮고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다시 불리는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서 요한은 눈을 깜박였다. 물기가 저에게서 쥬다이로 떨어졌고 다시 바닥으로 흘러 들어갔다. 요한의 아래에 꼼짝없이 깔린 꼴인 쥬다이는 눈도 깜박하지 않다가 요한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요한은 우비에 가려져있던 목선에 손을 가져갔다. 뜨끈한 열기가 손에 느껴졌다. 빗물이 거기까지 들어갔는지 목 뒷부분까지 축축했다. 물이 흘러가는 길을 따라 살갗이 스쳤다. 낮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한 움큼씩 기억 속에서 물이 새어 나왔다.

 파도가 친 탓에 이번에도 램프가 흔들렸다. 좁고 축축한 복도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2 : yugioh'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0) 2017.06.03
요쥬 18  (0) 2017.05.07
요쥬요A 04.5?  (0) 2017.03.16
요쥬15 (sensuous 01)  (0) 2017.03.03
요쥬 13  (0) 2017.01.16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