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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 19

2017. 6. 18. 01:58

*재미없음 뻔함 주의

*문체 좀 바꿔보고 싶어서... 간단하고 재밌게... 하고 싶어서... 했는데...망했습니다.ㅎㅎ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감정적이기만 한 글이 모토였는데...ㅋㅋ

*유희왕gx 요한X쥬다이 2차 창작 글입니다! 



<젊은 □□□□의 슬픔>


 5월 16일 


친애하는 요한에게.


이렇게 쓰니까 뭔가 멋져 보이지 않아? 막 옛날 사람 된 것 같고 그래. 아 물론, 진짜로 친애의 감정을 담아서 쓰는 말이야. 조금 어감이 나이 들어 보여서 그런 것뿐이고. 요한, 나는 잘 도착했어! 여기는 정말 한가롭고, 한산한 곳이야. 전화가 통하지 않는다니. 물론 파리도 부르주아 층만 쓸 수 있는 게 전화였지만. 그래도 아예 전화선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조금 많이 충격이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편지를 써.


 사실 편지는 앞으로도 밤에 쓸 것 같아. 여기는 정말 한가롭고 한산하지만, 자연이 무진장 아름답거든. 정말 오늘은 아침에 도착하자 마자 이삿짐을 풀고,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잔 다음에 빵을 먹고 근처 계곡으로 산책을 나왔어.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한산한 곳이야! 올림푸스의 생활이 이랬을까? 물은 잔잔하게 흐르고 햇빛은 아름답게 산란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하긴, 나는 이곳에 그걸 얻으려고 온 거였지. 


 부모님에게 잘 도착했다고 말씀 드려줘. 하나뿐인 아들이 이렇게 병약해서 미안하다고 전해드리고. 사실 너도 알듯이, 나는 육체적으로는 전혀 병약하지 않지만…… 부모님에게 감정적인 혼란은 그저 꾀병일 뿐이니까. 


 하지만 요한, 나는 정말로 버틸 수가 없었어. 너는 또 저번처럼 내 어깨를 붙잡고 왜냐고 묻겠지? 나는 대답해 줄 수가 없어.


 밤에도 새가 운다는 건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어. 이곳을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친애하는 내 친구가 오늘도 즐거운 꿈을 꾸길 바라며. 마무리할게.


5월 23일. 

 

친애하는 요한에게


 그래도 요즘은 우편이 엄청 짧아진 것 같아 마음에 들어. 이렇게 금방 받아볼 수 있을 줄을 몰랐는걸. 소식은 들었어. 너희 부모님이 약혼하라고 엄청 뭐라고 하신다며? 저런, 친구. 너무 철든 아들 노릇도 피곤하겠군 그래. 방금은 조금 편지에 어울리는 말투였다. 그치?


 내가 정신적으로 왜 힘드냐고 물은 질문에는, 저번처럼 답해줄 수가 없어. 아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만약 누군가에게 말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너에게 가장 먼저 말해줄게. 맹세해.


 여기는 농사가 한창이야. 물론 나는 농사에 관해서는 하나도 모르니 그냥 무거워 보이는 것들을 날라주면서 곁눈질할 뿐이야. 하지만 곡물들이 쑥쑥 자라는 모습은 정말로 보기 좋아. 여기가 파리에서 몇 시간 걸리지 않는 시골이라는 것이 놀라워! 이렇게 시골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말이야. 물론 파리에서 여기까지는 산이 몇 개 있어서 길을 모르면 들어오는데 몇 날 며칠은 걸리겠지만 말이야.


 요즈음은 농사를 도우러 농경지로도 산책을 나가. 하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길은 계곡이야. 흐르는 푸른색 물결을 보면 네 머리칼도 생각나고 그래. 무엇보다 물이 아주 투명하더라고! 다음에 파리에 갈 때는 낚싯대를 구해올까 생각 중이야. 작은 물고기들밖에 없으니 진짜 낚시는 아니겠지만, 그냥 낚싯줄을 드리우고 몇 시간이고 앉아있고 싶은 풍경이거든. 


 물론 이곳에서 나가서 그 번잡한 도심으로 가기에는, 아직은 나의 감정적 병이 낫지 않은 것 같아. 꾀병이라고 욕해도 할 말 없지만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래서, 약혼은 어쩔 생각이야 친구?


6월 1일


하나뿐인 친구 요한에게


그래, 그렇군! 약혼은 하지 않기로 했구나. 하긴 아직 우리 나이에 조금 이르다고 생각하던 참이야. 휴, 사실 네가 약혼하면 이렇게 시골에서 세월을 노니는 나는 누구랑 편지를 나누어야 할지 고민했었어. 물론 요한 같은 사람이 이렇게 병약한 사람이 보내는 편지를 모른 체 할 리는 없지만, 너는 한 번 연을 맺은 사람에게 정말 잘해주는 사람이니까. 분명 약혼하면 약혼녀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겠어? 그러면 지금처럼 재깍재깍 답해주지는 못하겠지. 하하, 너무 이기적인가? 


 자꾸만 나의 감정적 혼란-나 역시 그걸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생각하지만-에 대해 묻는데, 절대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아. 너는 내가 가장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지만, 또 우리 사이가 가까운 만큼 소중해서, 나는 너에게 가장 털어놓고 싶지 않기도 해. 바로 이런 부분이 내 감정적인 혼란에서 유래한 거겠지. 요한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은 이런 감정적 모순을 잘 극복할 거야. 그러고 말고.


 요즈음 마을은 또 내가 알 수 없는 농사일로 바빠.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저 마을 아낙네들이 힘겨워 하는 힘쓰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어. 아, 그런데 친구 한 명을 사귀었어. 이름은 마리안느인데. 사랑에 빠진 것이 딱 눈에 보이는 친구야. 아마 같은 마을의 한 살 연상인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 사랑에 빠진 모습이 여간 사랑스러운 게 아니야. 아니 물론 그런 의미로는 아니고! 하여튼 그녀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들어. 사랑에 빠진 사람은 다들 저렇게 빛이 나는가, 하고.


 졸리다. 최근에는 밤에 새소리보다 개구리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아 거슬려. 좋은 꿈 꾸길 바라. 친구.



6월 6일


생일을 얼마 안 남긴 내 친구에게.


하하, 요한도 참. 너도 그런 연애가십에 흥미가 있었어? 나는 마리안느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 애당초 그녀는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니까. 물론 그녀가 사랑을 하는 모습은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워. 하지만 -그녀에게 실례일 것 같은 말이지만 분명히 하기 위해 이 말은 해야겠네.- 난 사랑을 하고 있는 그녀가 아름답다고 느낀 것이지, 그녀 자체가 아름답다고 말한 게 아니야. 내가 사람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딱 한 명뿐이야.


 아무튼 이쯤하고 생일을 축하하네. 아마 이 편지가 도착했을 때는 생일이 조금 더 가까워져 있겠지. 나도 가고 싶지만, 아직은 파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네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못 가겠다. 여기서는 마땅히 네가 가지고 싶어할만한 물건도 구할 수 없어서 이렇게 수표로 대신하는 점 양해해 줘. 그래도 특별히 들꽃 하나를 편지에 붙였어. 내가 자주 가는 그 아름다운 계곡에서 며칠 동안 매일 나와 인사했던 꽃이야. 향기가 아주 아름다우니 편지에 향이 스며들길 바라.


6월 20일


요한에게 


편지를 받은 지는 조금 되었지만, 일이 바빠서 이렇게 늦게 보내는 점 양해해줘. 뭐 너도 약혼으로 바빴을 테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결국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는 철 든 아들이 되었구나.


너도 알다시피 나는 농업에 대해 잘 모르고, 그래서 한가롭게 요양을 하고 있었지만. 최근은 조금 바빴어. 마리의 고백을 도와주느라고. 내일 고백해. 결과를 알려줄게. 우리는 연애소설을 보면서 머리를 싸맸지만. 이런 건 경우에 따라 다르니까. 나는 마리와 있는 힘껏 토론했지만, 결국은 마리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라고 믿어. 


아마 나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아. 망 보기도 부탁 받았고. 이건 결과가 나오면 자세히 말해줄게. 조금 찔리기는 하지만, 마리와 너는 일면식도 없고,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 게다가 네가 내가 떠나기 전에 손 꼭 붙잡고 나에 대한 일들을 알려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으니. 사실 이것 말고는 딱히 적을 이야기도 없어.


 그보다, 약혼녀는 어떤 사람이야? 머리는 길어? 검은 색? 금발? 아니면 갈색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궁금한걸. 이름만 들었는데, 이름부터 정말 고풍스럽던걸. 이름만큼 부드럽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네게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자세히 말 좀 해줘. 여기서 가장 뜨거운 가십이라고는 마리의 연애가 처음이자 끝이라고.


6월 28일


요한에게


마리의 고백은 성공적이었어. 마리가 고백하자마자 얼싸안는 둘이 정말로 감동적이더라구. 곧 마리의 부모님이 마리를 찾는 바람에 내가 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긴 했지만. 뭐, 오늘도 둘이 만나고 있을 거야. 정말,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어.


약혼녀가 이름에 걸맞게 착하고 아름답다니 다행이야. 그녀가 만들어온 스콘도 맛있다니 더 다행이고. 식습관이 맞는 건 반려자 사이에서 아주 중요하지. 그래서 그녀는 네가 좋아하는 그, 비둘기 요리도 좋아해? 네 식습관 중에 가장 괴팍한 거잖아 그거! 하하. 나도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는데.


요한 나는 네가…… 내가 아름답다고 여긴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는 걸 기억할 줄 몰랐어. 맞아, 그 사람 때문에 나는 이 곳으로 도망친 거야. 그 사람은 물빛을 닮은 사람이었거든. 그래서 매일 계곡에 간 것도 맞아. 투명한 성격이 매력적이었지. 나는 도저히 그 사람이 있는 파리로 돌아갈 수가 없어. 그렇다고 이런 한심한 감정을 다른 누구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수도 없고.


6월 29일


요한에게


미안해, 사실, 정말로 사실. 그게 너야. 요한. 이 편지는 보내지 않을 거야. 내일 가정부가 오기 전에 찢어서 불태워 버릴 거야. 미안해. 요한.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마리가 그 남자를 끌어안았을 때, 어쩌면 정말로 네 말대로 내가 마리를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어. 근데 마리 얼굴을 다시 보니까 아니더라. 마리가 좋아하는 남자의 얼굴을 다시 보니까 전혀 아니더라. 심장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나는 마리랑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랑을 이룬 마리가 너무 질투가 났어. 미안해. 마리안느. 


왜 나는 너를 그렇게 끌어안을 수 없었을까? 왜 나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망을 보길 부탁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너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없었을까? 아주 오래 전부터 네 반짝이는 눈과 햇빛 속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머리카락들을 눈에 담아서 마음에 새겼다고. 그런 상투적인 말을 왜 나는 너에게 달빛을 받으면서 말할 수 없었고. 왜 나는 지금 이렇게 요한 네게 해야 할 말을, 촛불 빛을 받으면서 이렇게 뚝뚝 울면서 하고 있는 걸까. 내 말이 문법이 하나도 안 맞는다는 것만은 잘 알겠어. 요한 사실은 새소리 같은 거 들은 적 없어. 나는 밤마다 네 생각이었는걸. 어렴풋이 정신이 드는 아침에, 어렴풋이 네가 날 반겨주던 헛된 꿈에서 헤어나올 때에야 새소리가 들렸어. 밤에 어떤 새가 울겠어? 하지만 나한테는 밤이 없었고. 혼자가 되어 방으로 들어와서 다시금 해가 뜨는 그 사이의 어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문이 닫히면, 곧장 네가 떠올랐는걸.


어쩌지 요한. 나 영영 파리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 이걸 그냥 너에게 보내버릴까? 보내면 너는 무슨 말을 할까? 무슨 얼굴로 나를 볼까? 너는 어떤 웃음을 짓고 어떤 말을 해서 나를 비참하게 만들까? 미안해? 나는 이미 약혼해서?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 그래. 너는 약혼 하지 않았어도 반듯한 사람이어서 내 마음을 받아줬을 리가 없잖아. 웃기지 마. 누구는 좋아서 너를 좋아하는 줄 알아? 어느 날부터인가 그냥 좋은 걸 어떡해. 너는 내 유일한,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벗이고. 내가 혼란을 겪을 때 나를 지지해준 유일한 가족이고. 너는 나 스스로를 제외하고 나에게 혼란을 준 유일한 사람인걸. 너는 내 삶에서 나보다도 더 큰 의미를 지니는 사람이야. 그런 너를, 내가 어떻게 특별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어.


어쩌지, 너무 질투가 나. 너무 시기가 나. 너는 약혼녀와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할 거고, 마리는 연상의 상대와 아무렇지도 않게 연애를 할 거고 나만은 혼자 이렇게 사랑을 하겠지.


요한, 좋아해. 너도 달빛을 받고, 조금은 미래에 어떻게 될까, 그런 불안감을 갖고. 그 아름답던 투명함에서 조금은 무거워진 머리칼로 나를 끌어 안아 줘. 내가 나와 비슷한 불안을 가진 머리칼에 고개를 묻게 해줘. 마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럼에도 나의 사랑은 너의 사랑과 함께 지속될 거라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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