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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yugioh

요쥬21 (sensuous 02)

2017. 6. 28. 15:09

*센티넬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설정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센티넬은 일반인에 비해 오감이 예민하며, 가이드와의 접촉이 계속 없을 시 미쳐버리고 만다.

-단, 이 글에서 가이드와 센티넬의 특이적 반응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1대1 운명매칭이 없습니다. 가이드라면 누구나 센티넬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단 1대 다수는 단기간밖에 되지 않고, 효율이 아주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정부기관에서 센티넬과 가이드를 배치해주며, 상대가 싫을 시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지역을 고려하여 무작위로 연결해줍니다.

-가이드는 센티넬의 관리직으로 일할 수 있고 이때 공무원으로 취급받아 월급이 나옵니다. 가이드가 없으면 센티넬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다면 취업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설정은 역시 쓰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료는 에드와, 아스카는 후부키와 센티넬-가이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여성 센티넬의 경우 꽤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많지만 형제자매간의 경우 성적 접촉 없이도 월등하게 안정되기 때문에, 아스카는 당당하게 활동하는. 영향력이 큰 센티넬 중 하나입니다. 에드는 어느 곳에서 교육 받았는지 몰라도, 센터에 들어오기 전부터 전투실력이 발군이었습니다.

-다소 판타지적인 격투신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쓸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번 화는 못 쓰겠어서 스킵했어용ㅋㅋㅋ

*장면 스킵이 있어서 이어지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폭력에 대한 묘사가 일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그와 지낸 지 2주일이 지났을 때 상부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 맡는 임무여서 요한은 들뜬 채로 이야기를 들었다. 마약 브로커를 잡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중간책으로, 조직과 개인들에게 파는 브로커들에게 (나름 영세업자인가?) 넘기는 다리 역할이라고 했다. 그를 잡아서 조직의 뿌리를 잡아내는 게 계획이었다. 조직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이제 막 조직화되기 시작한 상황이라 원래는 그리 위험한 계획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그 조직이 다른 큰 마피아에 흡수될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기에 급하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소개된 조직은 크기도 하고 불법으로 소유한 센티넬들이 많았다. 모든 센티넬들은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나, 언제나 보호망을 벗어난 사람들은 존재하니까…… 그 사이에서 나온 센티넬들은 대부분 그런 쪽으로 넘어간다는 말이 들렸다. 꼭 영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아니 그래서, 동족인 몇이 있는 건데? 우리는 몇 명 가고?”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말하는 쥬다이는 꽤 건방져 보였다. 찡그린 갈색 눈썹이 더 그런 느낌을 부각시켰다. 요한은 그래도 상관 앞인데 이래도 되나 싶어 흘끗 방의 눈치를 봤지만, 누구도 그의 태도를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너 포함 셋. 료와 아스카. 센티넬들이 거기에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데 더 이상 인력을 쓸 수는 없어.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말을 하고 있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쥬다이를 보고 있지 않았다.


 “가이드가 있는 너라면 혼자라도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회복도 문제 없을 테니.”


 기묘한 구도라고 생각했다. 쥬다이가 쯧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Sensuous 02 오감을 만족시키는


 


 “쥬다이 많이 다쳤던데. 가보는 게 낫지 않아?”


 오늘 처음 알게 된 가이드의 말이었다. 은발이 반짝일 때마다 거기 묻은 피도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에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청년은 미성년자였다. 미성년자가 이런 곳에 있어도 되냐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본인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총을 들고 정확히 센티넬을 엄호하는 그는 자신보다 훨씬 이런 상황에 능숙할 것이다.


 “가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그런 폭력적인 장면을 처음 본 것이니 자신이 충격을 받은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살이 맨 손에 어그러졌다. 상대는 배트니 칼이니, 그런 흉기를 들고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가벼운 봉과 딱 봐도 한 무게 할 것 같은 배트가 부딪히니 봉이 일그러졌다. 쥬다이는 들고 있던 봉이 망가지자 맨 손으로 상대의 팔을 잡아 뭉갰다. 뭉그러지는 살점이라는 게, 센티넬과 센티넬 사이의 싸움이. 전부 다 처음 보는 자극이었다. 자신이 보는 영화에서는 비릿한 피냄새 같은 것은 없었고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이 아니었고. 현실이 아니었고. 이것은 현실이었고. 거기에 있는 게 자신과 인어공주를 보며 울었던 쥬다이였고.


이쪽을 바라보는 쥬다이에게 동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도망쳐 버렸다. 어차피 급하다면서 투입된 신참이라 있어봤자 방해였다. 아직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은 자신은 이 곳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분명 쥬다이는 쥬다이의 일을 하는데도, 뭔가 어긋난 것처럼 느껴졌다. 쥬다이는 범죄를 잡아내는 역할인데도, 왜 그가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살점이 뭉개지고 피가 배어 나오던 것처럼, 세상이 어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지러웠다.


요한은 아직 그들의 처지를 실감하지 못했다.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었고, 그는 본성이 착했기에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쥬다이가 등 뒤에서 시선을 거두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등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그가 등을 돌리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달려서 숨이 벅찬 것도 알지 못했다. 뒤에서 피가 튀기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그것이 인어공주를 보던 사람이 낸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런 모습 보여주는 것도 실례일 것 같고……”


그렇게 동요하는 모습 자체가 그에게 죄책감이 될 것 같았다. 피를 보는 것도 끔찍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친해졌다고 생각한 이가 눈도 깜짝 안 하고 그런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충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쥬다이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각인된 가이드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다를 텐데. 뭐, 쥬다이 체력도 체력이고, 이정도 거리라면 근접하니까 크게 상관은 없을 테지만…….”


에드가 말을 이었다. 수건을 받아서 먼지와 피를 닦아내는데, 얼굴은 멀끔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생겨서, 이런 일에 연루될 거라고는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 나이가 나이였다. 말하는 것도 눈빛도, 행동도 어린이의 것이 아니었지만. 얼굴만큼은 앳되어 보였다.


“우리는 아직 각인 안 했는데.”


그런 애가 방금 전까지 총을 갈겨댔고 지금은 각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와닿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영화 같았다.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자신의 말에 어그러지는 그의 표정은, 아이돌 뺨치는 그의 외모에 더해져서 더 영화 같았다. 어깨를 콱 집어오는 통증만 아니었더라면 계속 그랬을 텐데.


“걔가 아직 안 했다고? ……그럼, 지금 당장 달려가야지! 뭐하고 있는 거야? 각인 하지 않은 가이드는 접촉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거의 떠밀어지듯 마주한 쥬다이는 군데군데 붉게 물든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저를 보면서 웃는데 입가에 피가 묻어 있어서, 요한은 자신이 센티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심장이 둥둥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손 잡자.”


“네 손에 피 묻을 텐데.”


왜 자신이 울고 있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다. 아마 담요에 쥬다이의 피도 섞여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구급대원들과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쉴 새 없이 부상자들을 날랐다. 범죄자임에도 죽일 수는 없었다.


각인 하지 않은 센티넬과 가이드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센터에서 알려주는 정보들은 전부 각인을 기반으로 한 정보들이었다. 센티넬들은 회복이 빠르다. 다만 위험한 것은 그들은 통각 역시 예민하기 때문에 쇼크사이거나, 아니면 낫는 동안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데. 가이드가 안정시켜줄 경우에는 그들이 상처에서 느끼는 고통이 중화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가이드는 근처에만 있어도 어느 정도 안정을 시키는 기능을 한다. 시야에 들어올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왜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나 아마 센티넬의 감정적 안정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누구도 쥬다이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가이드가 이곳에 있고 그는 센티넬이므로 금방 나을 것이므로. 사실이었다.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다. 요한은 왜 자신이 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괜찮아. 손 잡자.”


꼭 잡은 손에서 이상하게도 맥박을 느꼈다. 맥을 짚은 것도 아닌데도 마주 잡은 손바닥에서는 두근대는 울림이 울리는 것 같았다.


“센티넬은 참 피곤하지. 한여름의 햇빛도 너무 강해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고. 이렇게 강한 힘을 가졌는데. 회복력도 남보다 몇 배는 더 좋아서 치료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 단지 너무 아파서 폭주하다가 죽는다니 말이야.”


쥬다이는 이리 저리 패이고 피가 튄 길바닥을 바라봤다. 남이 남긴 것도 있었고 자신이 남긴 것도 있었다. 흘린 피 중에는 자신의 피도 있었고, 자신이 내게 만든 피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혈관이 갈라지는 소리. 타인의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 그가 지르는 비명. 그리고 제 얼굴에 튄 피의 뜨끈함까지. 센티넬인 그는 폭력이라는 것을 남들보다도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자신이 저지르는 짓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럴 때면, 아, 왜 다른 동족들이 미치는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 피곤한 제약이지. 이런 제약이 딸린 능력이었다면 없는 게 나았을 거야. 감옥이나 폭탄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피가 안 묻은 곳이 없었다. 봉이 찌그러진 순간 그는 그것을 땅에 던졌다. 알루미늄 봉이 지면에 떨어지는 순간 쥬다이의 세상에는 또다시 벼락이 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과는 달랐다. 더는 벼락을 무서워할 나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왜 다른 동족들이 정신을 놓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길을 택한 사람들에게, 아직 택하지 않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기만과 같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사실 지금 택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센티넬에게 센티넬은 그런 거야.”


흘끗 본 요한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왜 우는 거냐고 질문해도 요한은 자신도 모르겠다며 답했다. 뜨문뜨문 말을 잇는 것이 감정에 북받친 게 분명한데도.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고 계속 웅얼거렸다.


“있지, 요한. 가이드에게 센티넬은 어때?”


“……모르겠어.”


도리도리 흔들면 파란색 머리카락도 같이 흔들렸다. 가이드의 손을 붙잡고 보는 하늘은 해가 지는데도 꽤 멋있었다. 그렇게 강한 햇빛인데도 고작 가이드의 손 좀 붙잡았다고 눈이 아프지 않았다. 하늘조차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는 삶이라. 남들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자신의 뜻대로 하늘도 볼 수 없는 삶에 무슨 미련이 남길래 아직도 살아남고 있을까? 쥬다이는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쳐다봤다. 오감이 발달했다는 센티넬답게 노을 위에 아직 펼쳐져 있는 검푸른 하늘도 눈에 담겼다.


“그래?”


“센티넬에게 가이드는 어떤데?”


그 하늘보다도 밝은 것이 요한의 머리칼이었다. 쥬다이는 고개를 숙였다. 많이 울었는지 요한의 얼굴에서 짠 내가 진동했다. 자신에게서 나는 피냄새보다는 훨씬 나은 향이었다. 얼굴을 가까이 맞댈수록 요한의 냄새는 점점 짙어졌다. 노을빛이 그의 얼굴 위에 흩뿌려졌지만, 그럼에도 푸른 색은 여전히 푸른 색이었다. 뚝뚝 우는 채로 자신의 얼굴을 피하지도 않는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센티넬이기에 참는 것일까? 센티넬은 가이드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가이드 없이는 하늘도 원 없이 볼 수 없는 게 센티넬이니까? 왜 그의 얼굴에 내려앉은 노을빛은 이렇게 부드러워 보일까?


입술이 맞닿으니까 세상이 맑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투명한 보석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거나. 아니면 여태껏 뻘로 가득 흐려진 바다에서 이제야 겨우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보는 노을의 느낌이었다.


“바다 밖……”


“뭐?”


마주 잡지 않은 손으로 그의 머리칼을 매만진 탓에 붉은 피가 묻었다. 꼭 노을이 지는 하늘 같아서 쥬다이는 웃었다. 터진 입술 탓에 그의 입가도 붉어져 있었다.


“이제 너도 묻어버렸네.”


다시 한 번 입을 겹쳤다. 이번에는 머리칼이 아닌 턱을 잡고 한 키스였다. 체중을 못 이기고 바닥에 쓰러진 요한 위로 올라타자, 피와 먼지로 엉망이 된 머리칼이 보였다. 눈동자에는 그만큼 엉망인 자신이 비쳤다. 이제 그도 피가 묻어버렸으니 돌이킬 수 없다. 입술이 터졌던 탓에 요한의 입술에도 피가 묻었다. 꼭 좀비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위치에 묻은 피가 우스웠다. 돌이킬 수 없었다. 사실 아까 그 장면을 봤을 때부터 돌이킬 수 없었다. 센티넬이고 가이드이고를 떠나서, 폭력이라는 것에 노출이 되었던 것과 되지 않았던 것은 하늘과 땅끝만큼이나 다르니까.


“……바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마법약이지.”


그리고 바다 밖의 세상 그 자체이기도 하고. 파란 눈동자에 노을빛이 담겼다. 연이은 키스 후에야 쥬다이는 노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조금 비참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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