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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R

로키 01

2018. 1. 13. 23:42

*커플링이 아닙니다.

*토르1 타임라인 그대로 따라가서 딱히 새롭지 않음. 그냥 써보고 싶었음. 저 오딘은 아버지로서는 못 됐지만 왕으로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ㅇㅇ

*MCU THOR 트릴로지 세계관. 로키!

*감기 걸려서 쓴 거라 뒷 부분이 이상할 수도 있어요ㅠㅠㅠ


 아스가르드의 바깥에는 별로 가득한 우주가 있었다. 밤이 되면 정말 우주에 떠있는 푸딩 같이 느껴지는 아스가르드가, 청년의 고향이었다. 빛이 나는 황금의 궁전이라든가 그 궁전 앞에 있는 넓은 광장이라든가, 아스가르드는 그렇게 든든한 장소처럼 보였다. 물론 청년은 알고 있었다. 이 든든함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홉 세상의 모든 역사가 그렇듯 아스가르드도 결코 피와 복수와 전쟁에서 자유로운 세상은 아니었다. 역사에서 수도 없는 전쟁이 있었고 그때마다 피가 흘렀다. 명예로운 발키리 부대가 잔인하게 몰살되었다는 일화도 있었고, 눈을 뽑혀가면서 승리를 거머쥔 영웅에 대한 일화도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가장 최근 전쟁은 비록 그가 태어날 때쯤에 끝나갔던, 그가 겪어보지 못했던 전쟁이었지만, 많은 서적에서 서술하고 있듯이 사악한 야망을 가지고 있는 서리거인을 물리친 전쟁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오딘은 큰 희생 끝에 서리거인을 물리쳤다. 눈을 뽑히는 희생 끝에 승리를 거머쥐는 일화의 주인공은 아버지였다. 모든 아스가르드의 아이들은 그 영광된 일화 속 오딘에 함성을 질렀고 서리거인의 악랄함에 저주를 퍼부었다. 서리거인은 때때로 동화에서 어린 아이를 잡아가는 괴물이었다. 때로는 평화를 싫어하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얼어붙게 만들려고 한 사악한 악마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때때로 동화책을 읽어주시다가 말했기 때문이다. 너는 똑똑한 아이니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책과는 달리 서리거인은 사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종족이란다. 물론 그가 아이였던 시절에는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스가르드의 든든한 세상과 가장 완벽한 궁 안에 사는 사람이었고 주변은 모두 아스가르드인이었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아이라고 해도 만나지도 못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웬만하면 만날 리 없는 사람들을, 기껏 만나보아야 전쟁터에서 적으로 만날 사람들을 이해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그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만 했다.

 

 기껏 만나봤자 전쟁터일 것이라는 그 생각은 정확했다. “이 자들과 닿지 마!” 그 외침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공격하던 서리거인이 자신의 손목을 잡았다. 쨍그랑, 과연 그 신화 속의 악마들은 금속 재질의 손목 보호대도 얼려서 깨뜨려버릴 수 있었다. 산산조각 난 조각들 사이로 자신의 살에 닿는 파란 피부가 보였다. 파란색이 세상에 퍼졌다. 물방울이 떨어지듯 그가 잡은 손에서부터 번지는 파란색을 보면서, 로키는 손을 잡아 뺐다. 자신보다 강한 악력이었음에도 순식간에 빼낸 손은 여전히 파랬고, 자신을 보는 그의 눈에는 혼란스러운 자신의 표정이 있었다. 그가 무어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들고 있던 단도로 배를 내리찍었다.

 

파란 피가 흐르다가 차가운 공기에 닿으면서 얼어붙었다. 살얼음을 깨고 단도를 적의 배에서 끄집어냈다. 다시 돌아본 손은 원래의 피부색이 되어 있었다. 그는 정신이 들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가 이걸 봤나? 다른 누가 이걸 보았나?

 

주변은 전쟁터나 다름없었고, 동료들과 적들은 주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싸우고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절망보다도 먼저 들키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서리거인이 잡았던 팔목에는 손자국이 나있었다. 쓰러지면서 손톱으로 할퀴었는지 핏방울이 맺힌 선 몇 개가 붉은 자국과 함께 있었다. 로키는 숨을 내쉬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새로운 손목 보호대의 환영이 팔을 덮어씌우자, 붉은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절망은 서서히 파도처럼 상처 부위를 적시고 들어왔다. 파도와 파도의 골 사이에는 질문이 찬 바람처럼 상처를 얼렸다.

 

거인치고는 너무 작지 않아? 왜 나는 아스가르드의 외양을 가지고 있지? 오딘이여. 당신의 힘입니까? 프리가여, 당신의 마법입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들의 아들이지 않았나? 내가 어떻게 서리거인일 수 있죠? 왜 내가 서리거인이지? 내가 뭐길래 서리거인인 내가 아스가르드에서 왕족으로 살 수 있었지? ?

 

하지만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한테 달려드는 서리거인들을 보았고 그들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파악했다. 자신은 혼란스러웠지만 주변은 알지 못했다. 상황파악은 자동적으로 기능하는 두뇌의 결과였다. 달려드는 서리 거인을 쓰러뜨리면서 생각했다. 찬 공기에 상처가 얼어붙었다. 흉이 남을지도 몰랐다.

 

왜 나를 데려오신 거예요? 어째서요?”

 

불이 화로에서 붉게 타올랐다. 그것이 보물이 잠들어있는 지하를 붉은 빛으로 물들였고, 그의 아스가르드의 살구색 피부에도 붉은 빛이 비쳤다. 그는 언제나 우아하고 정중한 것을 추구했고, 그것은 둘째 왕자로 자란 그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행동이었다. 언제나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적어도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언제나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몰랐다. 알 수가 없었다.

 

 모든 자들의 아버지. 아버지 중의 아버지. 아스가르드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자신은 이 든든하고 커다란 궁에 살았으나 그 궁의 부분이 아니었다. 그는 그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얹혀져 있는 것뿐이었나? 아니, 어쩌면 그 궁에 붙잡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지.

 

 “어째서냐고요!”

 

 슬퍼하는 건지 분노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불은 계속 타올랐고 단단한 석벽을 녹일 정도로 붉은 빛을 내뿜었다. , 기분 나쁘듯이 뱉은 숨이었다. 자신의 숨이 요툰헤임의 공기만큼 차갑다는 걸 처음 안 순간이었다.

 

 “나는 그냥 또 다른 전리품이었던 거군요.”

 

 어쩌면 단지 평화협상이 깨졌을 때를 위한 볼모였을지도 모르지. 적국의 왕자에게 적은 사악한 괴물이라고 가르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의 아버지라고 자칭한 자는 대체 어떤 기분으로 그렇게 가르쳤을까.

 

 “나는 한 번도 이 가족에 소속된 적이 없었던 거야. 당신은 언제나 형만 보았지. 나는 결국 아스가르드에 떨어졌던 서리 거인이었을 뿐이야.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대했을 리가 없지. 그건 나에 대한 기만이나 다르지 않잖아. 나는 나의 친가족을 괴물로 생각하며 살았고, 결국 그는 그를 괴물로 생각하며 살았고. 청년의 가족이었던 자는 그를 괴물의 아이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 틀림이 없었다. 피가 방울방울 맺혀있던 상처는 딱지가 앉아 보기 흉하게 변해버렸다. 그럴 바엔 차라리 흐르는 선홍색이 나아, 그는 녹색의 비단 이불 위에서 상처를 뜯었다.

 

 쓰러지는 그의 아버지, 혹은 아버지라고 여겼던 자를 보면서, 그는 그가 느낀 게 분노도 악의도 아님을 알았다. 그는 몇 번 눈을 깜박거리고는 보초를 불렀다. 왜 부른 것일까? 어찌할 줄 몰랐다. 그는 모든 절망적인 비탄에 잠긴 사람이 그렇듯 그저 절망과 공허 속에 있었다. 때로는 분노가 치솟기도 했고 그게 악의로 변하기도 했지만 곧 충격에 삼켜졌다. 그는 오딘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지만, 그가 이렇게 쓰러지기를 바랐나? 알 수가 없었다. 로키는 웃고 싶은 기분과 울고 싶은 기분을 동시에 느꼈다. 충격과 분노는 달랐고 분노는 악의와 달랐다. 정통성이 없더라도 그는 우아와 절제를 사랑하는 왕족이었으므로, 그는 웃지도 울지도 않고 보초가 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었다. 새로 덧난 상처는 흉이 질 것이 뻔해 보였다.

 

 분명히 붉은 빛의 세상이었는데 어째선지 파란 색이 눈에 어렸다. 보초들이 들 것을 가져와 모셔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면서, 로키는 도대체 자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화롯불은 그냥 타닥타닥 타기만 했고 자신의 저 뒤에 있는 푸른 빛의 보물은 보고를 집어삼킬 정도로 빛을 내뿜었다. 빛이 파랗게 일렁거렸다. 파란 색이 세상에 퍼졌다.

 

 자신의 뒤로 검푸른 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바깥은 별로 가득 찬 우주였다. 로키는 회상을 끝내며 눈을 감았다. 흉이 진 팔이 보였다. 아버지가 거절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로키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제 흉이 지든 말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기분이었다.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립느냐고 물으면 그립지 않았다. 죽이고 싶냐면 죽이고 싶었다. 정말로 이루어질 수 있는 소원이라면 자신이 서리거인이 아니었으면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순순히 인정했다. 자신은 투정을 부렸을 뿐이고, 오딘이 거절하지 않았어도 자신은 순순히 손을 놓았을 것임을. 곧 인정을 번복했다. 그것은 투정이 아니라 정당한 요구였다. 그는 상처를 덧내는 것을 가장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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